선거 때만 되면 불거지는 여당의 선심정책 논란이 5ㆍ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최근 사회 각 부문과 지역을 돌며 각종 정책을 발표하고 있으나, 득표에 도움이 정책을 예산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남발하는 반면 표가 되지 않는 골치 아픈 사안은 미뤄버리는 행태를 보여 비판을 사고 있다.
정부와 우리당은 24일 소방직의 근속승진 기간을 단축하고 소방위 계급도 근속승진 대상에 포함시키는 소방공무원법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지난 연말 이래 선심입법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돼온 개정 경찰공무원법의 전례를 따른 것이다. 그래서 당 안팎에는 “형평성 논란을 잠재우려면 직급 체계가 비슷한 교정직 등을 위한 환심대책을 마련해야 할 판”이라는 자조 섞인 지적도 나온다.
우리당은 또 민심전파에 무시 못할 영향력을 가진 택시업계도 껴안았다. 출퇴근 시간대 외에는 택시도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택시의 버스전용차로 이용은 1995년 서울시의 버스 전용차로 도입과정에서 택시업계가 강하게 요구했으나, 시는 전용차로의 효율성 저하를 이유로 거부했다.
우리당은 이와는 반대로 이해집단간 갈등이 있는 민감한 사안에는 철저히 몸을 사리고 있다. 자칫 손을 잘못 댔다간 특정 집단의 표를 날릴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최근 우리당 김춘진 의원은 침구사 제도도입을 골자로 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발의하려다 철회했다. 침구사 활성화에 한의사들이 결사 반대했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인 김덕규 국회 부의장이 김 의원을 불러 선거 후 발의를 종용해 김 의원이 수용했다는 후문이다.
개혁과제 역시 뒤로 미뤄지고 있다. 재경부는 당초 5월로 예정됐던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을 6월 이후 발표하기로 했다. 1~2인 가구 소수 공제자의 추가공제 폐지 조항 때문에 여론의 반발을 산 탓이다.
선거에 출렁이는 정책의 결정판은 실업계 고교 특례입학 대책. 우리당 이은영 제6정조위원장은 실업고 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현행 정원 외 3%의 특별전형 비율을 정원 내 10%까지 확대키로 한 방침을 닷새 만에 철회했다.
국회 교육위 우리당 간사인 정봉주 의원이 정원 외 5% 방안이 유력하다고 다른 소리를 하자, 이번엔 노웅래 공보부대표가 둘 다 당론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촌극을 벌이고서다.
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지도부는 선거전략 차원에서 졸속 추진된 정책이 눈이 높아진 유권자들에게 거부감을 사 선거에서 역효과를 부를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