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예술인 도자와 건축의 만남을 표방한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이 24일 문을 열었다.
가야문명의 발상지이자 김해토기로 유명한 경남 김해의 진례면 벌판에 들어선 이 미술관은 세계 최초의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이다.
‘클레이아크’는 흙(Clay)과 건축(Archtecture)을 합친 말로, 건축과 도자의 상호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 미술관의 전시관 건물 자체가 건축과 도자의 만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유리돔을 씌운 원형 건물의 외벽을 4,400장의 채색 도자 타일로 덮었다.
관장인 도예가 신상호(홍익대 도예유리학과 교수)의 작품이다. 일일이 손으로 그려서 구워낸 타일을 접착제로 붙이지 않고 알루미늄 틀에 걸어서 옷을 갈아입듯 바꿔 끼울 수 있게 한 것이 흥미롭다.
외벽에 흠집을 내지 않으면서 건물의 외관에 변화를 주는, 예술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방식이다.
전시관 안에서는 개관 기념 행사로 ‘세계 건축도자전’이 열리고 있다. 도자가 건축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10개국 작가 16명의 47점을 선보이고 있다.
건물의 안팎을 치장하는 타일 벽화와 부조를 비롯해 흙으로 빚은 대형 조각과 설치미술, 1,300도 이상 고열에 구워서 철보다 단단하게 만든 흙판의 추상 입체조형물 등이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건축 공간에서 도자가 차지할 수 있는 역할을 웅변하고 있다.
건축의 일부 또는 독립적인 작품으로 제 몫을 하고 있는 이 작품들은 그릇과 간단한 타일 정도가 도자의 전부인 줄 알았던 통념을 기분 좋게 깨뜨린다.
백색의 원반형 타일 여러 장을 리듬감 있게 배열한 김정범의 벽면 작업, 종이를 오려 붙이듯 흙으로 만든 오브제를 실과 바늘로 꿰맨 다음 구워서 스티치 자국을 남긴 신동원의 흙바느질, 한국 민화의 꽃병 그림을 연상시키는 베티 우드먼의 도자회화도 매력적이다.
신상호 관장은 흙은 인류 역사에서 건축의 오랜 소재였음을 환기시키면서 건축도자의 발전 가능성은 아주 크다고 낙관했다.
“최근 생태 건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흙집이 새삼 유행하고 있지요. 사실 타일, 벽돌, 위생도기 등 건축도자는 우리 곁에 늘 있던 것입니다. 깨지기 쉽다는 게 단점인데, 요즘은 기술 발달로 이를 극복한 재료가 나오고 있습니다. 흙은 싸고 무한한 자원이고, 흙을 구운 도자는 무공해 소재인데다 표현력이 풍부해서 건축에 널리 쓰일 수 있다고 봅니다.”
전시작가 중 한 명인 이탈리아의 유명 건축도예가 니노 카루소는 “건축도자의 발전을 위해서는 도자예술과 산업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의 운영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하다. 건축도자의 선구자인 그는 건축에 적극 개입하는 도자작품으로 1960년대부터 건물 벽의 테라코타 부조나 기둥 조형물을 만들어왔다.
회전과 움직임을 주제로 기하학적 형태의 항아리와 드로잉을 함께 선보이고 있는 미국 작가 윌리엄 데일리는 “건축과 도자의 만남이라는 접근법은 매우 독특하고 신선한 것”이라며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이 건축도자의 새 길을 열어가는 개척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미술관은 전시관 외에 작가들의 작업장이 딸린 연수관, 일반인들을 위한 도자 체험관과 판매장을 갖추고 있다. 연간 상반기, 하반기 두 차례의 기획전과 교육ㆍ연구 프로그램을 진행해서 건축도자의 중심지로 키울 계획이다.
김해=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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