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 론스타에 휘둘린 官治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론스타에 휘둘린 官治

입력
2006.03.27 00:00
0 0

투기적 사모펀드 론스타가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벌고 마침내 미국 달라스로 유유히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강남의 스타타워 빌딩 매각 관련 추징세금 1,400억원을 낼 수 없다고 론스타가 국세심판원에 ‘부당한 과세’라며 심판청구를 요청했다. 대한민국 국세청에 정면 반기를 든 것이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되고 나서 본색을 드러낸 셈이다. 나아가 외환은행 매각차익도 세금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인 것 같다.

●4조2,500억원 비싼 수업료

돌이켜보면 외환은행을 론스타에게 매각한 것은 대한민국 금융 역사의 최대 치욕이요, 엉터리 관치(官治)가 빚은 대형사고가 아닐 수 없다. 차분하게 하나씩 문제점들을 복기하면서, 4조 2,500억원의 비싼 수업료를 다시는 지불하지 말아야 한다.

이 대형사고를 복기하는데 두 가지 시나리오가 존재하는 바, 하나는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의 주장처럼 2003년 당시 외환은행이 부실금융기관이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실금융기관이 아닌데도 비적격자인 론스타에게 넘겼다는 것이다.

부실금융기관 시나리오하에서도 비적격자인 론스타에게 넘기지 말았어야 했는데 실패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참여정부 출범 직전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추가로 공적자금을 조성할 수 있는 문을 완전히 폐쇄한 바, 이후에 발생하는 모든 위기적 상황에서 정부의 선택이 현저하게 제한될 수밖에 없었는데, 이에 대하여 당시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을 비롯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물론 대한생명을 편법적으로 무리하게 한화에 매각한데 대해 비난의 여론이 빗발친 후유증이기도 하지만, 정책실패가 초래한 수업료치고는 너무나 비싼 대가인 셈이다.

둘째, 최종 대부자로서의 중앙은행이 주요 은행의 위기상황 하에서 뒷짐지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더욱이 외환은행은 한국은행의 외국환사업부가 분사해서 세운 은행이고 수출입은행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얼마든지 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방기한 것은 문제가 크다.

또 다른 시나리오인 부실금융기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으로 비적격자인 론스타에게 넘겼다면, 감사원과 검찰은 다음과 같은 점에 감사와 수사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첫째, 외환은행의 ‘2003년 경영계획 수정안’과 통상 이를 근거로 작성되는 ‘금감위의 경영전망’이 어째서 판이하게 다른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둘째, 금감원 은행검사1국이 외환은행의 결재라인도 무시한 정체불명의 5장짜리 팩스를 근거로 작성했다는 BIS 비율 6.2%(경영계획 수정안에서는 10%)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밝혀야 한다. 셋째, 론스타에게 넘겨주기 위해 자행되는 듯한 각종 의혹과 거짓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

외환위기를 겪은 지 벌써 9년이 가까워 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수도 없이 외국계 자본들에게 세금 한 푼 받지 못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외국계 투기자본에게 과세할 수 있는 근거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과세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여론을 흡사 남이 돈 많이 버는 것을 배 아파 하는 것인 양 왜곡하고 비하하는 위정자들의 태도는 납득할 수가 없다.

●의혹과 거짓의 실체 밝혀야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은행 같은 국가기간산업을 어째서 자격도 없는 투기성 사모펀드에게 매각했느냐와 국제조세조정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된 채로 이번에도 투기성 외국자본이 세금 한 푼 안내고 수 조원의 국부를 빼먹게 했느냐 하는 것이다.

관치의 폐해를 비판하면 관료들은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관치(官治)의 순기능을 강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백보를 양보해 그런 경우를 인정한다 해도 론스타에게 당한 이번 사건은 나라 망치는 관치의 부끄러운 자화상일 뿐이다.

권영준 경희대 국제경영대학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