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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분권형 공천 "큰일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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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분권형 공천 "큰일날라"

입력
2006.03.2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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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사상 처음으로 ‘분권형 공천제’를 실시했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제도는 중앙당이 아닌 16개 시ㆍ도당 공천심사위가 기초단체장 및 광역ㆍ기초의원의 공천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취지는 중앙당의 독점적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 정당 민주화를 실천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중앙당의 통제가 느슨해지자 지역마다 공천장사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형식적으로는 진일보했지만, 내용 면으로는 공천비리를 조장하는 구태정치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천잡음은 영남권과 서울 경기 강원 등 강세가 예상되는 지역일수록 심각하다. 공천 신청자들의 로비는 물론이고, 공천심사위 관계자들이 먼저 대가를 요구한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로비 방식도 다양하다. 대놓고 돈을 건네려 하는 고전적인 방식부터 주변 사람 명의로 정치 후원금을 최대한 보낸 뒤 접근하는 노련한 수법도 있다. “세비 전액을 내놓겠다”는 신청자도 있고 “세비를 정치 헌금으로 달라”는 공천 심사위원의 역제의가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이밖에 무조건 집을 찾아와 도와달라고 떼를 쓰던가, 전화를 받지않자 문자메시지를 통해 ‘충성 맹세’를 하는 읍소형도 상당수다.

로비 공세가 하도 치열해지자 서울시 공천심사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은 아예 후원금 계좌를 막아 버렸다. 김재원 의원(경북 군위 의성 청송)은 출마 예상자들을 모아놓고 “돈을 주면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금품로비 시도가 없어졌다.

경기도당에서는 한 당직자가 공천심사위원장을 사칭해 공천 신청자 2명에게 2,00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주기도 했다. 중부권 C의원은 기초단체장 출마희망자가 1억원을 들고와 돌려 보내느라 진땀을 뺐다. 강원도당위원장인 허천 의원은 최근 공천 심사위원에서 자진해서 물러났다. 각종 로비에 시달린 탓에 나온 고육책이다.

로비 차원이 아닌 지역 의원이나 협의회장이 공천권을 자신의 입지 확대에 이용하려는 징후도 엿보인다. ‘괘씸죄’에 걸렸다던가 잠재적 경쟁자는 미리 제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원외위원장이 많은 서울시의 경우 현직 구청장의 절반 정도가 갈린다는 말이 퍼지고 있다.

공천잡음이 심상치 않자 중앙당에서는 이달 초‘클린공천감찰단’을 구성했다. 하지만 감찰단 소속 의원이 공천비리 혐의자를 조사하려 했으나 지도부가 “소문만으로 공개 조사를 하면 여당에 공세의 빌미를 준다”고 반대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박근혜 대표 등 지도부를 비난할 수도 없다. 분권형 공천제를 박 대표가 주도해 만든 게 아니라 당 혁신위가 지난해 말 지도부의 전횡을 막기 위해 도입을 강력 주장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이러다 비리가 터져 검찰 수사라도 받게 되면 지방선거를 망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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