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상장된 현대ㆍ기아자동차의 알짜배기 물류독점 계열사인 글로비스의 비자금이 로비스트 김재록에게 전달된 것으로 26일 밝혀지자 현대ㆍ기아차는 후계구도 승계작업의 핵심 축을 이루고 있는 글로비스에 직접 불똥이 튀지는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글로비스의 최대주주가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이란 점에서 검찰의 수사가 경영권 후계구도까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현재까지는 현대ㆍ기아차가 정부에 대한 사업 인허가와 관련된 부분에 있어 김씨에게 그 배후 역할을 청탁했을 것이라는 정황근거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김씨의 입김을 어디에 활용했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일단 “후계 구도와 무관하다”며 현대차 그룹의 후계구도와 관련된 주식증여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는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새 사실이 밝혀져 후계구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현대차로서는 그룹의 후계구도 승계작업에 주요 자금 줄 역할을 맡아‘현대차 그룹의 에버랜드’로 통하는 글로비스가 검찰의 수사망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타격이다. 글로비스는 정 회장과 정 사장이 직접 투자한 계열사로 설립 첫해인 2001년에 1,985억원 매출에 6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불과 4년 뒤인 2005년에는 1조5,408억원 매출에 79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상장된 이 회사는 시가총액만 2조여원에 이른다. 한마디로 경이적인 성과다. 현대ㆍ기아차가 그룹 차원에서 밀어준 덕이란 평가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정 사장이 글로비스를 통해 불린 재산은 1조원에 육박한다. 정 사장은 상장 전에 보유 주식 일부를 노르웨이 빌헬름센에 팔아 1차로 1억 달러(1,000억원 가량)를 챙겼다. 그러고도 31.9%의 지분이 있다.
시가로 6,500여억원에 이른다. 설립 초기에 25억원에 불과하던 글로비스 납입자본금은 187억5,000만원으로 불어났다. 초기 출자금 가운데 정 사장이 낸 돈은 많아야 20억원 안팎이다. 5년 남짓 사이에 수 백배로 늘어난 셈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정 사장의 글로비스 상장차익에 대해 ‘회사기회 편취’를 통한 부당이득이라고 지적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회사기회의 편취는 회사의 유망한 사업기회를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차지함으로써 사실상 부의 증여가 이루어지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김상조 소장은 “이 같은 행위가 비상장 계열사를 통한 우회증여의 전형적 사례에 해당하지만 상법상 처벌할 수 있는 틀이 없어 당장 법적으로 접근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며 “이 같은 새로운 수법에 의한 경영권 승계 문제를 공론화 해 사회적 여론을 조성한 뒤 소송 절차를 밟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현대차 그룹은 김재록 로비로 촉발된 글로비스와 현대오토넷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공론화되지는 않은 정사장의 주식 상장을 통한 우회 증여문제나 세금문제로 불똥이 튈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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