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최보철(32)씨는 비록 아마추어지만 엄연한 뮤지컬 배우다.
매주 화요일 저녁과 주말이면 경기 광명시의 소극장이나 서울 중계동, 신림동의 연습실로 향한다. 지난해 1월 그는 인터넷 뮤지컬 동호회 ‘레씽뮤지컬’ 회원 12명과 함께 돈암동의 작은극장 무대에 처음 올랐다. 직장인 회원들이 “우리도 만들어 보자”며 시작한 공연이었다. 유명 뮤지컬 곡을 섞어서 꾸민 갈라 콘서트 형식이지만 뿌듯했다. 최씨는 지금 6월3일 ‘가스펠’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소극장 뮤지컬 돌풍을 일으킨 ‘헤드윅’ 동호회 ‘헤즈헤드’도 지난해 8월 홍익대 앞 클럽을 빌려 ‘헤드윅’ 무대를 꾸몄다.
뮤지컬 붐을 타고 관객 문화도 진화하고 있다. 뮤지컬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제작과정에 입김을 불어넣고, 함께 만들며 즐기는 단계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중ㆍ장년들의 뮤지컬 열기도 뜨겁다. 뮤지컬 관람이 동창 모임, 계 모임의 주요 ‘코스’가 된 지 오래다. 주부 윤애영(58)씨는 “며칠 전 동창 14명과 ‘명성황후’를 봤다. 요즘 모임이 있으면 뮤지컬을 많이 본다”고 말했다.
관람 문화가 변하자 기획사의 마케팅 전략도 바뀌고 있다. ‘아이다’의 신시뮤지컬컴퍼니는 중년층을 겨냥, 30장 이상 묶음형 티켓 상품권을 내놓았는데 무려 5,000장이나 팔았다. 기획사 관계자는 “티켓 판매 전 동호회의 예매 접수가 일반화하는 등 동호회 중심의 관객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