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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 한은 총재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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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 한은 총재에 거는 기대

입력
2006.03.25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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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한국은행 총재로 이성태 한은 부총재가 내정됐다. 이 내정자가 한은의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한은맨’으로서 전문성과 소신을 갖춘 인물로 평가 받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라는 점 때문에 비뚜로 보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그의 자질과 안팎에서 들리는 신망의 소리는 그런 시각이 중앙은행 총재가 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없음을 알려 준다.

우선 한은 내부와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과 평가대로 이번 인사는 상궤를 벗어나지 않은 합리적 선택이었다. 평소 미래를 내다보고 선제적(先制的)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소신을 펴온 경력과 업무스타일을 감안할 때 앞으로의 통화정책이 예측 가능하고 시장이 수긍하는 정책이 될 것이란 전망을 할 수 있다. 13년 만에 한은 내부에서 총재가 나온 점 또한 중앙은행 독립성 강화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내정자가 자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물가를 잡는 게 아니라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이라고 강조해온 점으로 미루어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박승 총재 시기와 대비될 것으로 보인다.

박 총재가 물가 안정에 집착하는 단선적 정책을 펴왔다면 이 내정자는 경기 물가 자산가격 동향에 대한 종합적 분석을 바탕으로 큰 줄기의 금리 및 통화량 조절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이 통화정책의 급격한 변화보다는 신중한 접근에 의한 점진적 방향 선회를 점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장밋빛 기대만 걸기에는 지금의 경제상황이 만만치 않다. 금리 문제, 부동산가격 폭등, 기업자금의 양극화 현상, 경기 부양 압력 등 많은 과제가 놓여 있다.

한은이 그 동안 정부 간섭으로 인해 정책이 휘둘린 감이 없지 않았다면 전문성과 소신을 갖춘 이 내정자는 정부와의 관계에서 미묘한 긴장을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안팎의 모든 상황을 슬기롭게 감안해 시장과 경제 주체들이 신뢰할 수 있는 통화정책을 펴면서 중앙은행의 위상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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