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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서 5세기 금동관 등 출토 "독자적 정치세력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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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서 5세기 금동관 등 출토 "독자적 정치세력 존재"

입력
2006.03.25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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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군 포두면 길두리‘안동고분’에서 5세기초 이 일대에 독자적인 정치세력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높여주는 금동관, 금동신발, 구리거울, 환두도(環頭刀ㆍ둥근 고리 칼) 등 ‘최고 권위자’를 상징하는 유물이 출토됐다.

어떤 유물 나왔나

전남대박물관(관장 임영진)이 24일 공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5세기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안동고분 석실(돌로 만든 무덤방)에선 반구형(半球形) 장식이 달린 금동관이 출토됐다. 금동관은 1917년 전남 나주에서 처음 발굴된 이후, 전북 익산, 충남 공주, 충남 서산에 이어 이번이 5번째 출토다.

전체 형태는 80년대 출토된 익산 유물과 비슷하지만 문양은 지난해 나온 서산 유물과 같은 계통이라고 조사단은 밝혔다. 반면 금동신발은 훼손이 심해 전모 확인을 보류한 상태다.

구리거울은 손잡이 부분에 괄호 모양 문양이 8개 연이어 있는‘연호문경’(連弧文鏡)으로, 자손들의 번창을 기원하는‘장의자손’(長宜子孫)이라는 글자와 아직 판독하지 못한 8자가 새겨져 있다. 발굴단측은 이 거울이 서기 2세기 중엽 중국에서 제작돼 수입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밖에 환두도 3점, 쇠창 2점, 금귀고리 1쌍, 갑옷, 투구, 쇠도끼, 실을 만드는 가락바퀴(방추차), 쇠화살촉 등도 함께 출토됐다.

유물의 의미

임 관장은 “안동고분은 독자적인 정치 세력이 5세기 초 고흥 반도와 섬진강 유역에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그 역사적 실체에 대한 새로운 연구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동관과 금동신발은 독자적인 정치체제의 최고 상징인 만큼 4세기 중반 백제 근초고왕이 전남 해안 지역까지 군사적으로 병합했다는 통설과 달리, 섬진강ㆍ영산강권을 중심으로 5, 6세기 중엽까지 어느 정도의 독자성을 가진 세력이 존속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학계 일부에서는 안동고분 축조 세력이 3세기 후반 중국 서진 정권에 사신을 보낸 것으로 기록된 마한의 국가일 수 있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안동고분은 지름 약 3m, 높이 6m로 전남 남해안 지역에서는 가장 큰 편에 속하는 무덤이다. 40여년 전 도굴 당했지만 석실에 흙이 가득 차 있어 바닥 부분의 유물은 무사했다.

안준현 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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