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통음악의 걸작 ‘영산회상’(靈山會相)이 가야금과 서양악기 쳄발로(건반이 달린 발현ㆍ撥絃 악기)의 이중주로 새로 태어난다. 29일 저녁 7시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리는 가야금 연주자 원영실의 독주회에서 듣게 될 젊은 작곡가 윤혜진의 ‘영산회상 회귀(回歸)’다.
법금(정악가야금)과 쳄발로를 위한 이 곡은 가야금이 뼈대 선율을 연주하며 점에서 점으로 이동하는 사이사이 빈 공간을 쳄발로가 찰랑거리는 음색으로 채움으로써 두 악기의 조촐한 조화를 꾀한다.
영산회상의 본디 모습을 해치지 않으면서 새로움을 모색하려는 이처럼 조심스런 접근법은 ‘퓨전’이라는 이름으로 유행하는 무분별한 섞음과는 다른 것이다. ‘회귀’ 곧 ‘영산회상으로 돌아간다’는 제목은 전통의 현대적 변용이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끝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쳄발로 연주자 김희정의 협연으로 초연한다.
원영실은 쳄발로의 음량과 음색이 전통악기 양금과 비슷해 가야금과도 잘 어울릴 것으로 보고 이 곡을 위촉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창작곡을 위촉해 초연함으로써 가야금 음악의 미래를 향해 걸어왔다.
영산회상은 ‘상영산’에서 ‘군악’에 이르는 9곡의 모음곡으로, 선비나 부유한 중인들이 수양 삼아 즐기던 정갈하고 기품 넘치는 음악이다. 오늘날 합주, 독주, 이중주로 자주 연주되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임금의 행차나 군대 행진에 쓰던 정악 ‘만파정식지곡’(萬波停息之曲)을 법금 한 대만으로 연주하는 순서도 있다. 관악기 중심으로 여러 악기가 합주하는 장중하고 쾌활한 음악을 법금 하나로 연주하는 데서 오는 담백한 멋이 특별할 것 같다. (02)543-8630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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