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4일 열린우리당 한명숙(韓明淑ㆍ62) 의원을 새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한 후보자가 국회 임명 동의를 받을 경우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하게 된다. 2002년 김대중 정부 시절 장상 당시 이화여대 총장이 총리로 지명된 적이 있으나 야당의 반대로 국회 인준 표결에서 부결됐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한 후보자가 부드러운 리더십과 힘 있는 정책 수행을 통해 국정과제를 안정적이고 전향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철학을 십분 이해하고 오랫동안 옆에서 보필해온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을 선택하지 않고, 또 이해찬 전 총리와도 컬러가 다른 한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또 다른 방식의 노무현식 승부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집권 중반기에는 저돌적인 이해찬 전 총리를 내세워 정면 돌파식 국정운영을 했다면 후반기에는 부드럽고 유연한 스타일의 한 후보자를 내세워 보다 민심에 다가가고 야당과도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여성 총리의 선택은 지방선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라는 상징성이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강금실 전 법무장관에 탄력을 주어 지방선거에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한 후보자에 대해 우리당이 박수를 보내고 한나라당이 난색을 표시하는 데서도 선거에 미칠 영향력을 가늠케 한다.
이와 함께 국회 임명동의를 의식한 실리적 고려도 했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전언이다. 임기 후반기를 맞아 총리 인준이 부결될 경우 안정적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점이 여성 총리를 택한 배경이라는 얘기다. 한나라당 등 야당이 지방선거의 여성 표를 의식, 국회 인준과정에서 한 후보자를 마구 몰아세울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인사는 “김대중 정부 후반에 장상, 장대환 총리 후보자가 잇따라 국회 임명 동의를 받지 못하면서 심각한 레임덕(권력누수)을 겪었다”면서 “이번 인선에서도 인준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노 대통령의 한 후보자 지명은 지방선거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한 승부수에다 국정 안정이라는 실리를 가미한 카드로 평할 수 있다.
다만 한 후보자의 당적과 책임총리제 지속 여부는 앞으로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한 후보자가 화합형이지만 여당 당적을 유지하는 한 야당의 반발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한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앞두고 탈당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이해찬 전 총리에 비해 한 후보자의 국정 장악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과거처럼 책임총리제 운영이 약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노 대통령이 일상적 내치에 관여할 일이 많아질 수 있고 청와대와 총리실의 역할도 재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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