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지역 지방선거 구도에 돌발변수가 터졌다.
열린우리당 소속인 강현욱 전북지사가 24일 도지사 후보 당내 경선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강 지사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분명치 않지만 탈당을 결행, 무소속이나 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경우엔 전북 뿐 아니라 호남, 나아가 수도권 선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강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당 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서지 않겠다”며 “도민의 의견을 들어본 후 이 달 중으로 도민이 원하는 뜻에 따라 진로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기간당원 경선의 문제점을 이유로 경선을 거부했으나 그 의미가 본선 불출마일지, 탈당 후 출마일지는 밝히지 않은 것이다.
우리당은 일단 김완주 전 전주시장과 유성엽 전 정읍시장 두 사람으로 경선을 치를 방침이다. 하지만 강 지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당은 곤욕을 치를 가능성이 있어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강 지사가 본선 불출마로 가닥을 잡는다면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 가능성은 작아보인다. 강 지사의 그 동안 행보로 볼 때 탈당 후 출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강 지사가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를 외치면서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파괴력이 적지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은 동향(군산)인데다 오랫동안 내각에서 함께 일한 인연으로 끈끈한 관계다. 고 전 총리가 23일 강 지사와 면담한 뒤 “강 지사가 전북 발전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하기를 바란다”고 언급, 은근히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
강 지사가 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민주당은 강 지사의 동참을 요구하며 ‘입당 시 전략공천’을 밝히고 있다.
두 경우 모두 우리당에게는 타격이 될 수 있다. 호남 판세가 흔들릴 것이며 이런 동요는 수도권으로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전북 등 호남에서 정 의장과 고 전 총리, 우리당과 민주당이 실질적이건 상징적이건 접전을 벌이는 구도가 되면, 수도권의 호남 표는 분산될 수밖에 없다. 사표 방지를 호소하는 우리당의 수도권 호남표 전략이 먹히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당은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강 지사가 불출마를 선택할 것”(장영달 의원) “출마하더라도 판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최규성 의원)이라는 태도다. 하지만 대다수 의원들은 “강 지사가 탈당해 출마하면 좋을 일이 있겠느냐”고 걱정한다. 강 지사의 선택이 주목된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