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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매각협상 뒷얘기/ 결국 "빨리 매듭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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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매각협상 뒷얘기/ 결국 "빨리 매듭짓자"

입력
2006.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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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와 국민은행, 어느 쪽이 더 고단수의 여우였을까. 외환은행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둘러싼 협상은 말 그대로 밀고 당기는 신경전의 연속이었다.

론스타 "우린 외국에 팔거야"

금융권에 따르면 론스타가 매각 과정 초기부터 막판까지 협상의 무기로 활용한 것은 '외국계 카드' 였다. "우린 외국에다 팔거야, 너네 어쩔 건데" 식이었던 것. 이는 론스타가 매각 속도를 높이는데 유효했다.

론스타가 1월 하순 외환 매각을 위한 비밀유지약정서(CA)를 배포했을 때 "CA 제출을 미뤄야 한다"는 여론에 불구하고 국민은행이 곧바로 참여했고, 하나금융도 뒤따랐다. 국민은행의 김기홍 수석부행장은 "싱가포르개발은행(DBS)뿐 아니라, 영국의 바클레이스은행도 CA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돼 분위기가 심상찮았다"며 "론스타도 '너네만 있냐, 외국도 있다'는 식으로 상당히 튕기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3월 13월 최종 입찰자로 국민, 하나, DBS로 3자가 압축된 상황에서도 유력 후보자는 외국계인 DBS였다.가격 등 인수조건이 좋은데다, 외환은행 노조의 지지도 받았다. 실제 론스타가 DBS와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뿐 아니라 정부 당국도 다급했다. 금융감독위는 16일 DBS 행장이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 형태로 '실무적으로 대주주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DBS 뿐 아니라, 론스타측 인사인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에도 보냈다.

금감위 회의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을 절차를 벗어나 실무 차원에서 먼저 통보한 것이다. 더구나 DBS 행장의 편지는 대주주 적격성 여부를 물은 것이 아니라 인수전 참여를 알리는 의례적인 인사 편지였다. 론스타측은 그러나 이후에도 DBS와 협상을 하는 한편 국민은행측에 갖가지 요구를 하며 저울질을 계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 및 국민은행, "너네, 승인 안 날 수 있어"

결정적 쐐기는 21일 "DBS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 있다" "국민은행 독과점 문제 없어 보인다"는 금감위 박대동 국장의 공개적 입장표명이었다. 당국의 의지를 확인한 론스타가 이날 오후 DBS측에 탈락 통보하면서, 주도권은 국민은행측으로 넘어갔다.

다음날 론스타의 쇼트 부회장이 방한, 국민은행과 막바지 협상에 들어갔다. 김 부행장은 "론스타측이 상당한 불안감에 시달려 무리한 요구를 해와 막판 시간이 걸렸다" 고 말했다. 양해각서(MOU)에 이례적으로 1만5,400원이란 잠정 인수가격이 명시된 것도 가격이 깎일 것을 우려한 론스타측의 요구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사기간을 1~2주로 단축하고 본계약을 빨리 체결하자' 등의 요구는 거절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양측의 대결은, '빨리 매각을 매듭짓자'는 론스타, 국민, 정부 당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타결된 측면이 강하다. 빨리 국내를 뜨고 싶은 론스타는 말할 것 없고 국민은행도 다른 외국계가 더 끼어들기 전에 경쟁을 마무리 짓고 싶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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