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그리움은 관심으로 변한다. 현대화를 겪으며 없어져 가는 도시의 골목길이 요즘 그렇다. 화가, 사진 작가, 시인 등 특히 예술인들이 골목을 찾아 나름대로의 시각으로 그 자취를 기록한다. 삶의 더께가 얹힌 풍경, 천진한 아이들의 웃음, 밥 짓는 냄새 등등. 건축가의 눈에 비친 골목길의 모습과 의미는 무엇일까.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인 저자는 무력하게 철거 순서를 기다리는 서울 골목길의 운명이 안타까워 직접 카메라를 들었다. 서울의 골목길을 모두 헤맸고 여덟 동네를 사진과 글로 기록했다.
동사무소에 있는 행정 지도는 아예 그의 관심 밖. 그는 몇 번이고 같은 길을 찾으며 손으로 지도를 그렸다. 굽은 골목의 세밀한 각도, 계단의 독창성, 생활과 조화된 아름다움 등등을 직접 확인하고 도면에 옮겼다. 그를 지켜 보던 동네 사람이 “부근에 자장면집 개업했냐”고 물을 정도였다.
저자는 “우리의 골목은 불량 주택 집합소라는 인식이 아닌 공간 골격의 조형미라는 관점에서 분석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살아 온 역사와 문화가 담긴 문화재이며 외국의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창조적 공간으로 해석한다.
외국의 유명 골목길이 단순히 보존된 가치가 높다면, 우리의 골목길은 근대성은 물론 현대화 문제의 고민을 모두 함축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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