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컨설팅업체 인베스투스글로벌의 김재록(49) 고문은 두 얼굴의 사나이다.
1997년 IMF금융위기 직후 한국아더앤더슨그룹 부회장으로 기업컨설팅 분야에 혜성같이 등장한 이래 ‘M&A 전문가’이자 ‘금융계 미다스의 손’으로 통했다. 하지만 그가 금융계로 오기 전에 잠시 몸담았던 정치권에선 학력과 경력이 의문투성이로 ‘정체불명의 로비스트’라는 의혹의 대상이었다.
김씨는 전남 영광 출신으로 모 공고를 졸업했다. 김씨는 이후 외국어대를 졸업한 뒤 미국 유학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같은 이력도 검증된 것은 아니다.
김씨가 정치권에 명함을 내놓은 때는 1996년. 당시 신한국당 대선주자였던 이한동 의원 캠프에 비공식 참모로 들어갔다. 김씨는 뚜렷한 실적이 없던 H기획 대표 명함을 갖고 다녔으며 여행사를 운영하던 동생 재갑(45)씨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재갑씨는 서울대를 다니다 학생운동으로 제적된 뒤 노동운동을 했으며 얼마 전까지 열린우리당 원내기획실 부실장을 지냈다.
김씨는 당시 이한동 의원에 의도적으로 접근, 잘 다듬어진 정무보고서를 만들어 보고하고 주변에 고시출신 공무원 친구 등 인맥을 과시해 신임을 얻었다고 한다.
김씨는 97년 신한국당 경선 과정에서 이 의원의 정무특보로 활동하다 이 의원이 탈락하자 대선 직전인 97년 11월 호남인맥을 통해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캠프에 합류했다. 김씨는 김 후보의 전략기획특보 명함을 갖고 다녔으며 선거 기간 중 박찬종 전 의원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아닌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 쪽으로 가게 하는데 역할을 했다. DJ의 당선자 시절에는 경제특보로 행세했으나 불투명한 경력 때문에 청와대 비서실로 들어가지 못했다.
김씨는 잠시 S회계법인 경영본부장을 하다가 미국계 컨설팅회사인 아더애더슨의 한국부회장을 맡아 IMF 금융위기로 인한 각종 구조조정사업에서 거물로 부상했다. 당시 여의도 정가에선 “변변한 수입이 없던 김씨가 연봉만 60억원인 컨설팅전문가가 됐다” “여야 의원들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주는 큰 손”이란 얘기가 파다하게 퍼졌다.
한국아더앤더슨그룹은 DJ정권 내 김씨의 로비력 등에 힘입어 성업공사의 부실채권매각은 물론 정부가 발주한 각종 컨설팅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이 때문에 김씨는 2001년 9월에는 부실채권매각과 관련해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려 나오기도 했다.
김씨는 이후 2002년 미국의 아더앤더슨그룹이 엔론 부도 사태로 파산하자 인베스투스글로벌을 설립, 회장을 맡았고 검찰수사가 진행되자 이 달 초 비상임고문으로 물러났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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