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는 검사가 기소할 수 있는 기간일 뿐이다. 형사에게는 범인 잡는 기간이 따로 없다.”
대구 개구리소년 실종사망사건 수사전담팀장인 대구 성서경찰서 강력1팀 길상갑(50) 경위는 이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를 이틀 앞둔 23일 범행 현장 항공사진을 보며 지난 15년을 반추했다.
대구 달서경찰서 송현파출소에 근무하던 그가 이 사건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1년 3월26일 우철원(당시 12)군 등 개구리소년 5명이 실종된 후 수색작전을 위해 실종 현장인 대구 달서구 와룡산을 누비면서부터였다.
“개가 물어 죽였다”는 제보를 받고 포크레인으로 인근 개사육장을 파헤치다 도사견에 물릴 뻔하기도 하고 “개구리소년을 봤다”는 전화 한통에 전남 신안군의 무인도로 출동했다가 폭력배들과 부딪히기도 했다.
제보와 현장출동, 이어지는 허탈감으로 몇 해나 지났을까. 2002년 9월26일 “어린애들 옷과 유골이 보인다”는 한 등산객의 신고가 들어 왔다. 아이들의 시신을 찾은 것이다.
이후 그는 숨진 소년의 옷 매듭이 전문가 솜씨라는 의혹을 풀기 위해 산악인 매듭전문가 태권도사범을 찾아 다녔다. 천신만고 끝에 누구나 쉽게 묶을 수 있는 ‘막매듭’인 것을 밝혀냈지만 범행도구를 규명하지 못해 수사는 제자리를 맴돌았다.
그는 “지금도 암매장 현장을 일찍 발견하지 못해 증거가 소멸된 것이 안타깝다”며 “국민적 관심사항인 만큼 공소시효가 끝난 것과 상관없이 수사전담팀을 계속 가동하고 현상금 3,176만원도 국고에 귀속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와룡산 암매장 현장에서는 철원군 아버지 우종우(55)씨 등 유족 6명이 추모제를 가졌다. 영정 앞에 꿇어앉아 유족들은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유족들은 “범인이 죽기 전에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꼭 남기기 바란다”며 공소시효 폐지와 재수사를 촉구했다.
글ㆍ사진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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