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 올해도 삼성화재가 우승합니다.”
‘갈색폭격기’ 신진식(31)의 말 한마디에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의 걱정이 눈 녹듯 사라졌다. 큰 경기를 앞두고 에이스의 존재는 각별할 수 밖에 없다.
말을 꺼내면 반드시 실천하는 ‘독종’ 신진식의 눈빛에서 신 감독은 챔피언 결정전 승리를 직감했다.
현대캐피탈과의 챔프전 1차전을 이틀 앞둔 23일. 신진식은 “현대캐피탈이 강하지만 진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말했다. ‘우승도 해 본 놈이 우승한다’고 했던가.
지난 9년간 우승을 밥 먹듯 해온 신진식은 “우리는 우승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고 웃었다. 김세진(32)은 “우리는 현대캐피탈을 만나면 실력의 120%를 발휘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삼성화재도 걱정이 있다. 봄이 되면서 김세진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는 말로 고민을 털어 놓은 신 감독은 “세진이 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오른쪽 공격수는 현대캐피탈 특급용병 숀 루니(206㎝)의 왼쪽 공격을 막아야 한다. 따라서 장병철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이날 밤 천안에서는 현대캐피탈의 작전 회의가 열렸다. “신진식이 네트에 붙었을 때와 떨어졌을 때 공격을 비교해 보자.” 김호철 감독의 설명에 선수들의 눈빛이 반짝거린다.
“공을 때리는 방법과 각도가 다르지?” 삼성화재 에이스 신진식과 서로 블로킹해야 하는 후인정(32)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김호철 감독은 지난 16일 입국한 도메니코 라사로 전력분석관과 함께 삼성화재의 전력을 집중 해부했다. 수집한 자료와 비디오 화면을 분석하고 편집하느라 밤을 지새운 것도 벌써 일주일째.
김 감독은 삼성화재의 선수별, 상황별 분석자료 가운데 가장 중요한 내용만 간추려 선수들에게 나눠줬다.
“모든 상황을 분석하면 각자의 습관이 보인다. 승부처에서는 결국 신진식, 김세진에게 공이 간다. 이 때 신진식의 공격 성향에 맞춰 블로킹하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 이제는 삼성화재의 9년 독주를 막을 때가 됐다. 챔피언에 등극하기 위한 베스트 플랜은 이미 완성됐다.”
지난 95년 이후 10년 동안 ‘만년 2인자’에 머물러 왔던 현대캐피탈. 김 감독의 장담과 달리 선수들은 “이번만큼은 삼성화재를 이길 수 있다”고 큰소리치면서도 잔뜩 긴장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이 세계 최강 미국을 비롯해 일본을 연파했듯이 큰 경기에서는 집중력과 자신감이 실력을 압도하는 경우가 많다.
좀처럼 실력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는 배구. 하지만 큰 경기는 역시 분위기 싸움이다.
한국 스포츠 사상 초유의 10연패에 도전하는 ‘무적함대’ 삼성화재와 정규리그와 챔프전 통합우승에 도전하는 ‘장신군단’ 현대캐피탈은 25일 오후 2시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챔피언 결정전(5전3선승제) 1차전을 갖는다.
천안=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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