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애국주의’로 금이 갈대로 간 유럽연합(EU)의 정상회의가 23일 이틀 일정으로 벨기에 브뤼셀에서 막을 올렸다. 최근 잇따라 터져 나온 낯뜨거운 자국 기업 감싸기는 지난해 정상회의를 황폐케 한 EU 헌법 비준 문제에 이어 ‘하나의 유럽’에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이번 정상회의의 가장 큰 현안은 경제 국수주의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이탈리아 기업 에넬이 프랑스 민간 에너지 회사 수에즈를 인수ㆍ합병할 뜻을 밝히자 급히 “프랑스 국영기업 가즈드프랑스와 수에즈를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스페인 정부는 독일 이온(E.On)이 자국 에너지회사 엔데사를 인수하려 하자 허겁지겁 인수ㆍ합병 규제 계획을 내놓으며 울타리를 쳤다.
이는 ‘4억5,000만 명을 아우르는 거대한 단일 시장’을 통해 미국 및 중국을 견제하려는 EU의 계획에 치명적이다. 여기에다 천연가스의 25%를 공급하는 러시아의 가스 전송 중단으로 올해 초 곤욕을 치른 상황이어서 회원국의 ‘따로 놀기’는 EU 수뇌부에 큰 문제로 떠올랐다.
회원국 사이의 갈등으로 ‘에너지 관련 통합 제도 초안 마련’이라는 이번 정상회의 목표는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에너지 갈등 제거로 인한 평화 유지’라는 명분으로 EU의 모태가 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의 정신 자체가 흔들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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