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과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중에서 누구를 총리로 지명할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23일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에서 “총리 인선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아직 결정을 못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소신으로만 결정할 문제는 아니고 모든 상황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고민의 일단을 드러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도 “마라톤 경기에 비유하면 지금 김 실장과 한 의원이 종착점을 눈 앞에 두고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결단이 늦어지면서 기류도 매일 바뀌고 있다. 김 실장이 유력했다가 뒤이어 여성 총리론이 급부상하는가 하면 다시 김 실장과 한 의원이 대등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20일 오전까지만 해도 김 실장이 유력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청와대 이병완 비서실장이 “정치권이든 비정치권이든 남자든 여자든 4~5배수 후보를 놓고 백지상태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김 실장 카드가 퇴조하고 여성 총리론이 급부상했다.
21일에는 이 실장이 “압축된 2명 중 야당 반대가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을 기용할 것”이라고 말했고 한나라당이 김 실장 불가론을 들고나오자 한 의원이 정답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22일 인선 구도가 다시 오리무중으로 빠졌다. 이날 오후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이 “정책의 연속성을 고려하면 김 실장이, 정치적 분위기를 본다면 한 의원이 강점을 갖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각에 한나라당 기류도 유턴했다. 한나라당은 당초 호감을 표명하던 한 의원에 대해 “당적을 포기하지 않는 한 절대 불가하다”고 공격했고 오히려 김 실장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두는 쪽으로 바뀌었다.
노 대통령이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두 사람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의원을 기용할 경우 야당이 겉으로는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실제 반대할 명분이 적고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책임총리제나 분권용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반대로 김 실장은 참여정부 정책을 계속 다뤄왔고 국정철학을 깊숙이 이해하고 있어 분권형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지만 야당과 부딪칠 일이 많아질 수 있다.
또한 두 후보에 대한 심층 검증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최종 낙점이 늦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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