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로버츠 미 연방 대법원장의 소수의견이 미 연방 대법원내 보수와 진보의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미 연방 대법원은 22일 한 거주자가 자신의 집 수색을 경찰에 요청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동거인이 이를 명백히 거부할 경우 경찰의 수색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판결에 참여한 대법관들중 다수의견은 5명, 소수의견은 3명이었다. 이번 판결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해 10월 취임한 로버츠 대법원장이 소수에 속해 형사사건으로는 처음으로 직접 소수의견서를 쓰며 치열한 법리싸움을 벌였기 때문이다.
2001년 6월 조지아주의 한 여성이 부부싸움 끝에 ‘남편은 코카인 중독자’라며 경찰에게 집안을 뒤져 증거를 확보하라고 요청한 것이 대법관들을 분열시킨 문제의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침실에서 코카인을 찾아냈다.
다수 의견서를 집필한 데이비드 수터 대법관은 “남편이 현장에서 집 수색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힌 만큼 경찰의 수색은 불법이고 따라서 확보한 코카인도 증거능력이 없다”며 “이것이 부당한 수색이나 체포를 금지한 수정헌법 4항의 정신”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의견은 수정 4항을 지나치게 일반화했다’는 취지로 “이 경우 가정 내 학대, 폭력에 시달리거나 집안에서 범죄 대상이 되는 여성을 보호하기 어려워진다”고 반박했다.
이들의 설전은 각주까지 동원해 가며 상대방에게 ‘호도’ ‘과민반응’등의 표현을 쓸 정도로 첨예하게 전개됐다. 이를 두고 미 언론들은 ‘평온함과 협조적 분위기 속에 감춰졌던 (진보와 보수의) 긴장감이 수면위로 표출됐다’는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판결에서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은 모두 보수노선을 걸어왔고 진보와 보수를 넘나들 것으로 예상됐던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다수의견을 택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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