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고건 전 총리가 23일 경쟁적으로 전북을 찾았다.
비록 두 사람의 조우는 없었지만, 전북이 두 사람의 정치적 근거지란 점에서 한 날에 이뤄진 이들의 방문은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양측은 세 대결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정 의장은 전주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뒤 새만금 공사현장을 거쳐 군산(정책간담회)까지 강행군을 하는 동안 최고위원들은 물론 김덕규 국회부의장, 강봉균 정책위의장, 배기선 전 사무총장 등 10여명의 현역의원과 300여명의 당원들을 대동했다.
새만금 공사현장 방문에 이어 전주(전북대 특강)를 찾은 고 전 총리 곁에는 팬클럽인 ‘우민회’ 회원과 민주당원 등 600여명이 동행했다.
이날 두 사람의 행보가 시선을 모은 이유는 모두 호남권을 주요한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범 여권 내 경쟁관계를 감안하면 고향에서의 승부에 일차적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당이 고 전 총리의 전북 방문을 거칠게 공격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조배숙 최고위원은 “타당의 대표가 중요한 행사를 할 경우 피해주는 게 예의이고 관례”라며 고 전 총리를 겨냥했고, 주승용 의원은 고 전 총리가 탈당설이 나도는 강현욱 전북지사와 오찬 회동을 한 것을 두고 “하이에나는 상대방의 약점만 있으면 상처 난 부분을 공격한다”고 원색 비난했다.
정 의장 본인은 새만금개발특별법 제정 등 지역현안 해결 노력을 집중 부각했고, 고 전 총리의 전북 방문에 대해서도 “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등 짐짓 초연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고 전 총리는 “오늘 특강은 전북대 총학생회와 3개월 전에 약속한 것인데 바꿀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하이에나’ 발언에는 “할 말이 없다”며 입을 닫았다.
오히려 지방선거에서 고 전 총리와의 연대를 적극 추진중인 민주당이 “금도를 넘어서는 발언으로 매우 유감스럽다”(이상열 대변인)며 발끈했다.
강 지사의 거취를 놓고도 양측은 묘한 감정싸움을 벌였다. 고 전 총리는 지방선거 불개입 원칙을 밝히면서도 “강 지사가 잘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정 의장은 “오후에 강 지사를 만났는데 어떤 경우에도 (탈당 등) 당에 누를 끼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며 “마음을 비운 것 같았다”고 강 지사의 불출마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전주ㆍ군산=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양정대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