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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내 몸매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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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내 몸매의 정체성

입력
2006.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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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복지회관의 헬스장에서 5년 가까이 운동을 해오고 있다. 처음 목표는 8kg 감량이었는데 4kg 준 이후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더니 심지어 몇 달 전부터는 도로 3kg 늘었다.

짐작되는 원인 하나가 운동시간을 줄인 것이다.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하느라 내가 삶을 탕진하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 평균치보다는 운동량이 월등 많을 텐데, 너무하다.

수면 패턴이 불량해서 그럴까? 잠을 푹 자야 살이 빠진다고 하던데. 잠이 부족하면 폭식을 유도하는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한다. 그래서 한밤에 깨어 있는 동안 배고프지도 않은데 그렇게 아귀아귀 먹었나 보다. 그러고 나선 식곤증으로 곧장 곯아떨어졌었다. 싸다 싸!

시무룩이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내 몸매의 정체성에 대해 고려할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심각하게 들었다. 이제 뚱뚱한 것을 내 아이덴티티로 받아들여야 한다. 내 원래체형이라고, 돌아가려고 발버둥치던 그 체형이 생각해보면 대체 언제적 것이었던가? 이렇게 뚱뚱하게 살아온 세월도 만만치 않다.

체념하다가 나는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이건 아니야! 다만 3kg이라도 줄여야겠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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