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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외교를 망치는 이스라엘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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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외교를 망치는 이스라엘 로비

입력
2006.03.2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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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막강한 로비가 미국 외교 정책을 망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카고대 존 미어샤이머(정치학) 교수와 하버드대 스테판 왈트(국제관계학) 교수는 최근 함께 펴낸 ‘이스라엘 로비와 미국의 대외 정책’이라는 논문에서 “미국이 안보 불안에 시달리고 중동 평화협상이 꼬이는 것은 근거 없이 이스라엘만 편들었기 때문”이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퍼주기식 지원이 아랍권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국이 중동 정책의 초점을 미국의 이익이 아닌 이스라엘의 이익에 맞추고 있다”며 “친 이스라엘 로비 단체들이 정치권과 언론을 상대로 ‘이스라엘의 이익이 미국의 이익’이라는 등식을 주입시키는 데 성공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미-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AIPAC)를 중심으로 한 유대계 로비 단체의 힘은 막강하다. AIPAC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로비 단체이다. 6만 5,000명 회원 대부분이 중산층 이상인데, 이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자금으로 의회와 백악관을 상대로 미국의 대 이스라엘 원조 확대, 미국의 대 아랍 군사무기 판매 제지 등을 유도한다. 미국은 매년 25억 달러 이상을 이스라엘에 지원하고 있다.

조직력도 무섭다. AIPAC는 4년 전 미국 의회가 이스라엘에 대한 방위 지원금 2,000만 달러 지급 여부를 놓고 시끄러웠을 때 불과 1주일 새 유대인 10만 명을 의사당 앞에 집결시키는 힘을 과시했다. 이 법안은 결국 상ㆍ하원 모두에서 압도적으로 통과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협상을 위해 이스라엘에 대한 방위비 지원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소용 없었다.

이스라엘을 비판적으로 다루거나 아랍권을 우호적으로 다루는 신문은 AIPAC 회원들의 집단 구독 중지 운동에 두 손 들고 사과 기사를 내보낼 정도다.

진보성향의 미국 주간지 네이션은 “워싱턴의 주요 인사들은 너도나도 AIPAC 연례 회의에 참석, 이스라엘과 얼마나 가까운 지를 자랑하느라 바쁘다”고 꼬집었다. 딕 체니 부통령 역시 지난 주 열린 AIPAC 연례회의에서 이란에 대한 무력 대응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박수 갈채를 받았다.

두 교수는 “이스라엘은 아랍권을 무력으로 자극한 뒤 아랍권이 이에 보복하면 아랍권은 무서운 존재라고 주장한다”면서 “이스라엘이 불안감을 부풀리고 미국이 이에 귀 기울이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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