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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북악산 4월 1일 개방 '시민의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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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북악산 4월 1일 개방 '시민의 품으로'

입력
2006.03.2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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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뒤 북악산이 4월 1일 개방된다. 1ㆍ21 사태로 출입이 금지된 지 38년 만이다. 수 십년 간 그저 바라보기만 한 그 산을, 이제 서울시민이 직접 밟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개방을 앞두고 북악산에 올랐다. 미술가 임옥상씨, 유인촌 서울문화재단 대표와 유홍준 문화재청장 등이 함께 한 답사였다. 출발지는 삼청터널 옆 홍련사. 날씨가 쌀쌀해서 인지 입구의 풍경은 아직 휑하다. 4월, 5월이 되고 기온이 올라가면, 이곳에도 진달래가 무리 지어 필 것이다.

산으로 오르는 길은 나무 계단이다. 난간까지 만들어 놓아 손으로 잡고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다. 길은 평이하지만 계단이라서 재미가 덜하다. 호흡이 약간 가빠지는 순간, 마지막 계단을 힘껏 밟고 오르자 숙정문이 나타난다. 동대문 남대문 서대문과 함께 서울 4대문의 하나 이면서도 깊은 숲에 있다는 게 의아하다.

문은 1396년 창건됐다. 연산군 시절 약간 동쪽으로 옮겨 지금의 위치에 자리했다. 그때는 무지개 모양 홍예 석문만 세웠는데 1975년 문루를 복원하고 현판을 달았다. 숙정문이 오랫동안 잊혀진 것은 축조 18년 만에 길에 소나무를 심고 통행을 막았기 때문이다.

“경복궁의 양팔 창의문, 숙정문으로 사람이 지나면 지맥이 손상된다”는 풍수학자 최양선의 건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동국세시기에는 정월대보름 전에 부녀자가 숙정문에 세 번 가서 놀면 재액을 면할 수 있다는 말이 전해진다는 기록이 있는데, 유홍준 청장은 “조선시대에 이 부근에서 남녀가 사랑을 나누었을 것”이라며 웃는다. 문루로 오르면 도심 전경이 쑥 들어오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나무 계단에서 시멘트 계단으로 바뀐 길을 따라 10분 정도 올랐을까. 왼쪽으로 꺾이는 곳에 촛대바위가 있다. 촛대처럼 생긴 모양이 제법 그럴 듯 하다. 바위와 붙어있는 전망대는, 숙정문과 또 다른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경복궁, 세종로, 태평로 그리고 멀리 남산까지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경복궁이 원래 방향과 달리 축이 뒤틀려 있는 사실도 확인된다. 아쉽게도 이날은 날씨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맑은 날 이 자리에 서면, 틀림없이 멋진 전망을 만끽할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든다. 흐린 날씨보다 더 아쉬운 것은, 4월 1일은 여기까지만 개방된다는 점이다. 왕복 40분 정도.

답사팀은 내년에 개방하는 창의문까지 갔다. 촛대바위에서 가파른 계단 길을 따라 10여분 오르면 한양 성곽 북쪽 관측지점 곡장이다. 인왕산_북악산_낙산_남산으로 이어지는 분지형 도시 구조가 한눈에 들어온다. 유홍준 청장이 북쪽 초소의 쪽창을 들여다보라고 권한다. 보현봉, 문수봉, 승가봉, 비봉, 족두리봉으로 이어지는 북한산의 날카로운 칼날 능선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등산로 옆으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소나무가 함께 한다. 그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나무는 정상 부근의 ‘1ㆍ21 소나무’이다. 김신조 일당과 경찰의 교전 도중 박힌 총알 15발의 탄흔이 나무에 남아있다. 아래 판석에는 “잊지 말라! 1968년 1월 21일”이라고 적혀 있다.

10분쯤 더 오르면 해발 342.4m 북악산 정상이다. 산 위에 삼각산신, 백악산신을 모셨으며 발칸포 포대가 있었다는 안내판이 있다. 38년이나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서 그런지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팥배나무 군락지가 있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다. 북악산길 아래로, 서울 도심의 농촌 뒷골마을이 보인다. 정면 인왕산 뒷자락으로 큰 바위들이 호쾌함을 자랑하고 있다. 계단길이 슬슬 지루해지는 순간, 창의문이 기다리고 있다.

폐쇄된 숙정문을 대신해, 양주 등 북쪽 통행자를 위해 열어둔 문이다. 홍련사를 출발해 이곳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창의문 옆에는 1ㆍ21 사태 때 순직한 종로경찰서장 최규식 경무관의 동상이 있다.

북악산의 개방은, 청와대 최규식 김신조 1ㆍ21소나무 등이 상징하는 냉전과 통제의 역사를 끝낸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 서울 성곽 나들이/ 더 가까이…

청와대 뒷산인 백악산(북악산) 개방으로 서울성곽의 출입금지 지역이 대부분 풀렸다. 서울성곽은 조선 태조가 한양 천도이후 쌓기 시작한 서울의 내성.

성곽은 흥인지문(동대문), 돈의문(서대문), 숭례문(남대문), 숙정문(북대문) 등 4대문과 혜화문(동소문), 광희문(시구문), 소의문(서소문), 창의문(자하문) 등 4소문을 연결하며 그 둘레가 약 18km에 달한다. 성곽은 일제와 한국전쟁 등을 거치고 산업화의 소용돌이 속에 상당 부분 훼손됐지만 복원작업을 통해 현재는 10.5km 가량 옛모습을 되찾았다.

숙정문 코스와 함께 산책하기 좋은 서울성곽 코스는 낙산, 성북동, 인왕산과 남산 등 4곳. 모두 1~2시간 거리로 산책로가 잘 가꿔져 나들이 하기에 좋다.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풍광은 서울 역사여행의 덤이다.

▲ 낙산코스

낙산코스의 출발점은 동대문. 지하철 동대문역에서 나오면 이대부속병원 옆으로 난 ‘창신성곽길’이 서울성곽을 안내한다.

동대문의 시끌벅적 소음이 사라질 즈음 걷기 쉽게 포장된 산책로가 시작된다. 곳곳에 설치된 벤치, 정자와 가로등 등이 성벽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성벽 중간 중간에는 창신동과 충신동을 잇는 쪽문이 나있어 두 동네를 비교하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석축의 단을 세며 쉬엄쉬엄 오르길 20분, 어느덧 낙산의 정상 낙산공원이다. 옛 시민아파트를 헐고 조성한 낙산공원은 ‘서울의 몽마르트언덕’. 도봉산, 북한산, 인왕산, 남산까지 도심의 산과 사대문안의 빌딩숲이 눈앞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 성북동코스

성북동코스는 돼지갈비, 돈까스, 칼국수 등 맛집들이 즐비한 성북동 성북초등학교앞 삼거리의 서울과학고 뒤편에서 시작된다. 이곳 산책로도 잘 정돈됐지만 낙산코스 보다 경사가 급하고 계단이 많아 걸음을 자주 멈추게 한다. 성벽 너머의 저택들이 즐비한 성북동 풍경이 볼만하다.

한 10여분 목덜미에 땀이 배일 즈음, 성벽 너머와 연결되는 쪽문이 나타난다. 문밖을 나서면 마치 시골을 옮겨놓은 듯한 딴 세상이다. 서울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게 성벽 밖 좁은 터에 오밀조밀 밭들이 일구어져 있다. 허름한 달동네 우리 이웃의 터전이다.

다시 산책길로 되돌아와 잠시 오르다 보면 군 부대 때문에 길이 끊긴다. 대신 성벽 너머로 산길이 시작되는데 성북동 성곽답사의 진미는 이제부터다. 산길 입구는 곧 숨막힐 듯한 향을 뿜어낼 아카시아 숲이다. 오솔길을 따라 들어서면 성벽에 기대 소나무가 솔잎 터널을 이룬다. 산 위에 쌓은 성곽이라 석축 돌덩이가 작아 몽글몽글 성벽의 선이 곱다. 군사보호구역에 막혀 성북동 약수터쪽으로 다시 내려와야 한다.

▲ 인왕산코스

인왕산 코스는 산책이라기 보다는 산행이 적절하다. 출발지는 사직공원. 경사가 급한 인왕산길(인왕스카이웨이)을 한 10~15분쯤 허덕허덕 오르다 보면 무악동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만난다. 무악동쪽 길을 따라 100m 가량 가면 성벽과 함께하는 인왕산등산로가 시작된다.

인왕의 기암괴석을 감상하며 200m를 오르면 성곽의 성가퀴(성벽 윗부분에 쌓는 지붕이 있는 낮은 담)가 없는 성벽 위를 걷게 된다. 복원이 아직 덜 된 탓이라지만 오히려 성벽이 더욱 성벽다워 보인다. 복원해놓은 성벽의 상당 부분이 세월의 더께로 시커먼 석축 위에 반듯하고 새하얀 돌지붕이 얹혀져 있어 부자연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석축을 디디며 30분 오르면 인왕산 정상이다. 낙산에서 본 서울이 정겹다면 인왕에서의 전경은 호쾌하다. 발아래 경복궁, 청와대는 물론 한강 너머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청운동으로의 하산길은 성벽 원형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답사의 절정. 성벽은 물론 성가퀴도 일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시간에 마모돼 둔탁해진 돌지붕이 정겹다. 인왕산 등산로는 공휴일ㆍ일요일의 다음날은 입산휴식일로 등산이 통제된다.

▲ 남산코스

남산의 서울성곽 답사는 동대문운동장 인근의 광희문에서 시작한다. 시체가 나가는 문이라고 해서 시구문으로 불리는 곳이다. 서울성곽의 위용은 장충체육관 뒤편에서 이어진다. 체육관과 신라호텔 뒤로 성벽은 오밀조밀한 집들을 끼고 남산으로 힘차게 올라간다. 타워호텔 뒤편까지 이어진 성벽은 잠시 끊어졌다가 남산정상에서 순환로를 따라 내려 오는 산책길에 다시 만난다.

■ 북악산 숙정문 코스/ 어떻게 오르나

대통령 경호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북악산에 오를 때는 주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산악지역으로 민간인이 살지 않기 때문에 편의시설도 부족하다.

▲ 예약, 입장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 전화로는 안되며 인터넷으로만 예약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현재 인터넷 예약 시스템을 개발 중인데 이 달말 개통 예정이다.

예약을 했더라도 자유 입장은 불가능하며, 창덕궁 후원(비원)처럼 특정 시간에 사람이 모여 함께 들어갈 수 있다. 하루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이나 입장 횟수 등은 군부대와의 협의를 거쳐 결정된다. 비상 훈련 등 군부대의 행사가 있을 때에는 산에 들어갈 수 없다.

▲ 교통 편

대중교통편이 매우 나쁘다. 북악산 입구인 홍련사 부근에는 시내버스가 가지 않는다. 인근 삼청각에 주차장이 있지만 공간이 넓지 않다.

삼청동 혹은 성북동에서 택시를 타고 가는 게 좋다. 문화재청은 홍련사 부근까지 가는 버스 노선을 신설하거나 마을버스 운행 구간을 이곳까지 연장하는 방안 등을 관련 부처와 협의중이다.

▲ 주의할 점

엄밀하게 말하면 산을 개방하는 게 아니라 등산로를 개방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해진 길을 벗어나면 안 된다. 등산로를 따라 이어지는 성벽이나 철책을 넘는 것도 안된다.

등산로 주변 군부대 시설의 촬영 역시 금지다. 숙정문 문루에 올라갈 수 있지만 나무로 돼 있기 때문에 쿵쾅거리며 힘을 주면 훼손될 수 있다. 숙정문 위로는 등산로가 가파르기 때문에 오르거나 내려올 때 조심해야 한다.

▲ 개방 일정

4월 1일에는 홍련사_숙정문_촛대바위(1.1㎞) 구간만 개방된다. 10월에는 와룡공원_숙정문_촛대바위(1.6㎞) 구간이, 내년 10월에는 와룡공원_숙정문_북악산 정상_창의문 구간이 각각 개방된다. 개방이 되더라도 북악산내 군사시설은 그대로 남는다. 군 시설 주변에는 자체 방호 철책이 쳐진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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