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머우(張藝謀ㆍ55)와 궁리(鞏悧ㆍ41)의 11년만의 재결합이 중국 영화계 최고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1987년부터 8년간 중국 영화계의 황금 콤비로 있다가 95년 사랑의 파경과 함께 영화에서도 등을 돌렸던 두 사람은 지난 11일 새 영화 ‘황금갑옷을 입고 도시를 가로질러’에서 다시 호흡을 맞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1년간 전혀 만나지 않던 두 사람이 재결합한 사연, 향후 이들의 애증 관계에 중국인은 물론 세계의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중국 신문 신징바오(新京報)는 최근 이들의 재결합을 다룬 특집기사를 통해 지난 11년간 두 사람의 행적을 더듬고, 재결합 과정을 추적했다.
이른바 중국의 ‘5세대’ 대표 감독으로 중국 영화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장 감독은 95년 돌연 기자회견을 열어 궁리와의 결별을 선언, 중국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붉은 수수밭’ ‘국두’ ‘홍등’ ‘귀주 이야기’ ‘인생’ ‘상하이 트라이어드’ 등 자신의 영화에서 주연을 도맡아온 연인 궁리와의 동거생활을 끝내기로 한 것이다.
신징바오는 당시 결별에 대해 “궁리는 장 감독과 정식으로 결혼하자고 요구했지만 장 감독은 ‘결혼증명서라는 종이 한 장이 무슨 의미를 지니나’ 하며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당시 궁리가 홍콩 부자 황허샹(黃和祥)과 염문을 뿌렸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궁리 가족과 장 감독 주변 인사들은 결혼 문제가 이들을 파경으로 이끌었다고 말한다.
파경 후 두 사람은 몇 달간 외부접촉을 끊고 두문불출하면서 이별의 슬픔을 달랬다. 얼마 후 궁리는 황허샹과 결혼을 하게 된다. 이후 두 사람의 행태는 사뭇 달랐다. 장 감독은 궁리와 함께 영화를 찍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최고의 배우와 영화를 만드는 것은 감독으로서 영광”이라는 말로 긍정적이었고, 궁리는 이런 질문을 받는 것조차 싫어했다. 2003년 장 감독은 ‘영웅’을 제작할 때 궁리에게 여주인공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지만 궁리는 단호히 거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측근들은 “영화에 대해 두 사람은 제3자를 통해 간접 접촉해왔다”고 전하면서 “장 감독이 궁리에게 7차례에 걸쳐 ‘황금갑옷을 입고 도시를 가로질러’에 출연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제작자 장웨이핑(張偉平)은 “이들의 결합은 어디까지나 예술을 위한 결합이고, 애정 문제와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궁리가 황허샹과 결혼생활을 현재 지속하고 있고, 영화제작 발표회에서 장 감독과 어색하게 악수를 나누는 모습 등으로 봐서는 장웨이핑의 말이 맞는 듯하다. 중국인들은 이들이 앞으로 영화를 함께 만들면서 어떤 심경의 변화를 보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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