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려다 적발된 사례가 최근 부쩍 늘고 있다. 피해 예상액만 연간 30조원을 웃돈다. 유출 대상 국가도 중국 미국 대만은 물론, 카자흐스탄 등 신흥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총성 없는 전쟁’의 중심 표적으로 떠오르고 있는 양상이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산업기밀보호센터가 만들어진 2003년 10월 이후 지금까지 적발된 해외 기술유출 시도 사건은 67건이다. 2003년(10~12월) 6건, 2004년 26건, 2005년 29건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올 들어서도 이 달까지 벌써 6건이 적발됐다.
이들 기술이 유출됐다고 가정할 때 예상되는 피해액은 2003년(10~12월) 13조9,000억원, 2004년 32조9,270억원, 2005년 35조5,000억원, 올해(1~3월) 3조9,000억원 등 총 86조 2,270억원에 달한다. 국내 수출산업의 주축인 반도체, 휴대폰, LCD 관련 기술이 주 대상이다.
기술유출 수법과 대상도 교묘해지고 있다. 22일 검찰과 국정원에 적발된 S사 휴대폰 기술 유출 사건이 단적인 예이다. 선임연구원 이모씨는 회사 검색대를 피하기 위해 휴대폰 회로도 등을 일일이 종이로 출력해 웃옷 안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카자흐스탄이 기술 유출의 대상국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동안은 중국 미국 대만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검찰은 “CIS(독립국가연합) 지역,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아프리카, 중동, 동구권 등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신흥시장으로 기술유출 대상이 다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기업 내부 직원의 전직(轉職), 창업, 기술매매 등 개인 주도로 유출이 이뤄졌으나 최근엔 외국 정부나 외국 상사 주재원과 연계한 기업형 사건으로 대형화하는 추세라는 게 국정원의 분석이다.
국정원은 기술유출 시도가 늘어나는 이유로 기업들의 보안의식 부재를 꼽았다. 기술유출 사건 67건 가운데 62건이 전ㆍ현직 직원을 통해 이뤄질 정도로 보안 관리가 허술하다.
기술 인력에 대한 보상이 미흡해 금전 유혹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으며, 유출자에 대한 처벌이 약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재판을 받은 51명 중 실형이 선고된 사람들은 12명에 그쳤고 그나마 징역 1년9월이 최고 형량이었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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