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에서 독립한 나라들에 불던 바람이 서풍에서 동풍으로 바뀌었다. ‘색깔혁명’이 바래고 친 러시아 또는 권위주의 세력이 영향력을 회복하고 있다. 벨루로시 발 역(逆)도미노는 26일 우크라이나 총선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소련에서 독립한 나라들에는 2년 넘게 친 서방 민주화 혁명 열풍이 불었다. 2003년 그루지야 장미혁명을 시작으로 2004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 2005년 키르기스스탄의 레몬혁명까지 민주화 도미노가 계속됐다. 그러나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바람이 멈춘 사이 민주화의 빈 속이 드러나자 역풍이 불고 있다. 러시아는 에너지 외교를 통해 그루지야 등에 대한 입김을 키우고 있다.
19일 치러진 벨로루시 대선에서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가 80%대 지지율로 3선에 성공했다. 민주화 정권교체를 꿈꾸던 야당 세력은 22일 수도 민스크에서 영하의 날씨 속에 나흘째 부정선거에 항의했다. 이틀 전 민스크의 ‘10월 광장’에 텐트 농성촌이 생기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재선거를 요구하는 양상은 오렌지 혁명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현지 분위기는 이와 달라 AP통신은 시간이 갈수록 시위 참여자가 줄고 있으며 민주혁명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선거결과는 국민들이 정치민주화 대신 경제안정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더 타임스는 “서방의 영향력이 줄고 있다는 메시지는 벨로루시에 이어 우크라이나에서 확인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6일 총선이 실시될 우크라이나에선 16개월 전 혁명에서 타도대상이었던 야당의 제1당 부상이 확실시된다. 여론조사에서 혁명으로 집권한 빅토르 유시첸코 대통령의 ‘우리 우크라이나 당’은 지지율 20%로 제2당으로 주저앉았다. 빅토르 야뉴코비치의 야당이 지지율 30%로 1당이었다.
혁명 1년 만의 여소야대는 집권세력의 분열과 경제실정 때문이다. 1월 경제성장률은 동유럽에서 가장 낮은 1.5%에 그쳤다. 정치적으로 멀리해온 러시아와 벨로루시가 우크라이나의 가장 중요한 시장이 돼 있다. 야당은 이런 틈을 이용해 러시아 영향력을 업고 세를 키워왔다.
총선 이후 유시첸코는 지지율 15%의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측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거나, 야뉴코비치측과 대연정을 해야 한다. 서방 외교관들은 “경제를 우선한다면 야당 야뉴코비치와의 대연정이 좋다”고 충고하고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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