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전 11시30분, 도시락을 든 젊은이 10여명이 어김없이 서울 성북구 삼선1동 언덕길을 오른다. 한성대 자원봉사 동아리 ‘해랑사리우’ 학생들과 학교 직원들로 이뤄진 봉사단이 독거노인들을 찾아가는 길이다.
지난해 3월 시작한 이후 벌써 1년째. 하루 10명의 노인들을 일일이 방문해 따뜻한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간단한 건강검진도 하고 있다. 이들을 기다리는 독거노인들은 지난 한겨울에도 난방도 제대로 못 할 만큼 어려운 형편 속에서 병마와 싸우며 외로운 말년을 보내고 있는 분들이다.
2평짜리 쪽방에서 지내는 김점순(77) 할머니는 지난달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오른팔이 부러졌다. 일찍 남편과 사별한 후 딸과 아들을 길러냈지만 지난해 노동일을 나갔던 아들이 급사하고, 딸마저 간질환으로 투병 중인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자식들의 보살핌은 기대할 수 없는 처지다. 이웃 임영자(73) 할머니도 20대 초반에 남편과 헤어지고 하나뿐인 딸마저 사고로 잃은 뒤 홀로 모진 인생을 살아왔다. 젊은 시절 청소부에 공사장 인부 등 막일을 하면서 망가진 무릎관절 때문에 지난 1년간 바깥 출입 한 번 못했다.
한성대 봉사단은 이렇게 열악한 독거노인들의 영양상태를 고려해 교직원식당의 전문영양사가 준비한 흑미밥, 꽁치조림, 버섯볶음, 소고기두부국 등 다양한 식단으로 노인들을 대접하고 있다. 조승호(47) 학생지원팀장은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대학이 되자는 뜻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해랑사리우’ 회장 박소영(19ㆍ지식정보학과2)양은 “그 동안 할머니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며 “외로운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기쁨을 드릴 수 있어서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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