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장관 후보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한창 진행 중이지만 국민적 관심이 그다지 높지 않다. 왜냐하면 그 결과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인준’이 아닌 단순 ‘청취’ 과정에 불과하고 개각의 정당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사청문회 대상은 확대되어왔다. 16대 국회 출범과 함께 국무총리, 감사원장, 헌법재판소장, 대법관 등을 시작으로, 참여정부 출범 이후 2003년에는 국정원장, 국세청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을 포함하였다. 2005년 이기준 교육부총리 사퇴 파문을 계기로 국무위원까지도 그 대상이 되었다.
금년 두 차례의 인사청문회는 장관의 선거용 징발로 야기되었다. 도대체 왜 개각이 필요했는지 국민들은 아직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당사자가 출마를 강력히 거부해도, 정책 연속성을 파괴하더라도, 장관을 대거 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시켜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면 이는 참여정부 스스로 국정운영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다.
장관 임용기간과 대통령 임기를 동일하게 하겠다던 집권초기 국민과의 약속을 선거 승리에 집착해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개각을 정국 전환용 수단, 후계자 경력 관리 수단, 대선 보은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대통령 고유의 임명권 행사가 아닌 권력남용이다.
지난 2월 시민단체와 국민의 강력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상수 노동부장관 후보 임명을 강행한 것은 불법 대선자금, 정치인 사면ㆍ복권 특혜, 낙하산식 지역구 출마, 선거법 위반 등의 문제가 장관의 자질과 무관하다는 대통령의 도덕불감증과 오기인사를 확연히 드러냈다.
권력분립 원칙에 따라 장관 임명은 대통령 고유권한이고 이는 인사청문회가 철저한 미국에서도 강조된다는 주장은 미국식 대통령제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되었다. 제대로 된 권력분립은 견제와 균형이 작동할 때만 가능하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임명권에 대한 국회 고유의 견제권이다.
미국에서 장관 내정자에 대한 상원의 인준 거부가 드문 것은 범죄 및 납세 관련 정보부처의 사전 검증시스템이 철저하게 가동되고 대통령이 야당과 시민사회, 이익집단의 의견을 사전에 청취하는 관행이 있기 때문이다.
불법 이민자를 가정부, 보모로 고용하여 중도 낙마한 조지 W 부시가 지명한 린다 차베스 노동장관 후보, 클린턴이 지명한 조 베어드 법무장관 후보, 대학시절 대출 등록금 미상환으로 교육부장관 후보에서 낙마한 글렌 라우리의 사례는 과거의 조그만 결점만 있어도 상식에서 벗어나면 고위공직자가 될 수 없다는 의회 선진국의 모습이다. 고위공직자의 도덕성 잣대는 당연히 높아야 한다.
개각의 정당성은 없지만, 이왕 시작한 청문회에서는 후보의 도덕성과 정책능력이 검증되어야 한다. 무책임한 개인신상 폭로, 불필요한 정쟁 유발, 칭찬 일색의 발언은 지양되고 후보자의 해당 부처 비전, 정책 방향성, 쟁점 현안에 대한 식견 등을 따져 국민에게 알리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인사청문회가 후보자가 아닌 국회의원의 자질 시비로 번져서는 안된다. 소관 상임위원들은 국민을 대표하여 후보자를 검증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품위를 지켜 청문회 결과의 정통성과 위상을 스스로 정립해야 한다. 고위공직자의 국회 검증은 국정의 연속성, 권력의 분산을 위해 더욱 확대ㆍ강화되어야 한다.
윤종빈ㆍ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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