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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고건 '전북서 한판 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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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고건 '전북서 한판 붙나'

입력
2006.03.2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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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고건 전 총리가 23일 동시에 전북을 방문한다. 이를 두고 “두 사람이 고향인 전북에서 맞붙을 조짐이 있다”는 심상치 않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판 승부의 고리는 전북도지사 선거다.

현재 우리당 전북지사 후보는 강현욱 지사와 김완주 전 전주시장, 유병엽 전 정읍시장 등 3명이다. 김완주, 유병엽 전 시장은 이미 당내 경선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하지만 강 지사는 20일 1차로 마감된 경선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았다. “기간당원에 의한 경선에 문제가 많다”는 이유로 거부한 것이다. 경선을 하면 김 전 시장에게 밀린다는 속내도 숨어 있는 듯 하다. 심지어 강 지사의 탈당설까지 나오고 있다.

이 대목에서 고 전 총리가 등장한다. 강 지사가 탈당해 고 전 총리의 지원을 등에 업고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그것이다. 실제 두 사람은 고향이 전북 군산으로 같고, 공직 생활을 오래 같이 한 끈끈한 관계다. 반면 정 의장은 상대적으로 전주고 동문인 김 전 시장에 마음이 기울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 때문에 강 지사가 탈당, 고 전 총리와의 연대를 모색한다면 전북지사 선거는 정 의장과 고 전 총리의 결투로 확전이 불가피해진다.

이런 구도에서 정 의장과 고 전 총리가 동시에 전북을 방문하니 미묘한 시선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새만금 현장을 방문하고 강 지사를 만나는 일정도 같다.

고 전 총리는 23일 오전 새만금을 방문한 뒤 강 지사와 오찬을 한다. 오후에는 전북대에서 강연도 한다. 정 의장은 전주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뒤 오후에 새만금을 방문한다. 이후 군산으로 옮겨 정책간담회를 할 예정인데 여기서 강 지사와 만난다. 두 대선주자들이 연고지에서 세 대결을 하는 셈이다.

특히 고 전 총리는 전북대 강연에서 전북과의 인연을 강조할 예정이다. 고 전 총리는 미리 배포한 원고에서 “선친이 2대 전북대 총장을 했고, 나는 어려서 전주 북중을 다녀 전북과의 인연은 길고 넓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군산 옥구 출신 국회의원을 했고, 총리 시절에는 새만금의 미래가치를 어떻게 높일 것인지 연구토록 지시했다”고도 했다. 정 의장으로서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두 사람의 대결이 실제 이뤄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강 지사의 탈당 여부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전북도당위원장인 최규성 의원은 “강 지사와 최근 통화했는데 탈당 생각은 없더라”고 전했다. 고 전 총리측도 “해석은 자유지만 지방선거에 관여치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 의장으로서는 지방선거 연대 제의를 거절한 고 전 총리가 여러모로 신경이 쓰이는 것은 분명하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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