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정부에 부채를 대신 갚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한국철도공사가 자회사의 방만한 운영으로 부실을 더 키워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2일 발표한 ‘한국철도공사의 출자회사 설립ㆍ운영실태’에 따르면 철도공사는 엉터리 사업전망을 토대로 자회사를 설립하고, 퇴직 간부 대부분을 자회사 임원으로 임명했다. 또 자회사를 순환출자 방식으로 사실상 통제하면서 수의계약을 통해 자회사에 특혜를 주는 등 공정거래법 위반도 서슴지 않았다.
철도공사(당시 철도청)는 지난해 민영화에 앞서 2004년 한 해에만 12개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KTX관광레저㈜ 등 5개 회사는 당시 철도청 사업본부장이 이사장으로 있던 한국철도교통진흥재단에서, 7개 회사는 철도청 내부에서 사업타당성을 검토했다. 그 결과 KTX관광레저가 추진하던 관광열차사업의 경우 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민간여행사의 평균매출액(1억 7,000만원)의 68배에 달하는 117억원을 매출로 가정하는 등 엉터리 사업성 검토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만 12개 자회사에서 총 63억여원의 적자를 기록, 그 부담을 고스란히 철도공사가 안아야 했다.
자회사 사정이 악화되자 철도공사는 고가의 수의계약을 자회사와 체결하는 방법으로 편법 지원했다. 철도공사는 자회사인 철도산업개발㈜에 공개경쟁입찰 때보다 27.2%(3억 885만원) 높은 비용으로 5개의 민자역사 관리를 맡겼다. 또 ㈜한국철도종합서비스에 청소 용역을 맡기면서 서울지하철공사 등이 지불하고 있는 것보다 78% 비싼 가격에 수의계약을 맺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4년 1월부터 2005년 4월까지 8개 자회사가 철도공사를 대상으로 올린 매출액(719억원) 가운데 97%(703억원)가 수의계약을 통해 이뤄진 것이었다.
자회사는 수익창출보다는 퇴직한 철도청 간부들에게 자리를 만들어주는 통로로 이용됐다. 조사결과 17개 자회사의 임원 45명 중 80%(36명)가 철도청 출신이었다. 또 일부 자회사의 경우 최근 2년 동안 임원들의 연봉을 아무 근거 없이 81.8% 올렸고 퇴직 임원들에게 규정보다 1억 7,836만원 많은 퇴직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KTX관광레저㈜ 등 5개 자회사에 대해서는 지분매각을, ㈜파발마 등 3개 자회사에 대해서는 통ㆍ폐합을 권고했다. 또 자회사의 등록 및 순환출자와 관련해 부정을 저지른 공사 직원 및 공무원 20여명에 대해 징계 및 주의, 시정권고 조치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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