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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판 민주화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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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판 민주화에 거는 기대

입력
2006.03.2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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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들은 대개 법정에서 뭐라고 항변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을 가장 억울해 한다고 한다. 반드시 죄가 없어서가 아니라, 나름대로 어쩔 수 없는 사정 등을 재판장이 귀담아 들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절박한 처지에서 갖는 아주 인간적인 희망에 불과한 듯 하지만, 아무리 큰 죄를 지은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이라도 법정에서 자신을 방어할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과 일치한다.

대법원이 공판중심주의 실천을 사법개혁의 핵심과제로 추진하는 것은 형소법 원칙과 거리 먼 재판 관행을 바꿔 피고인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의지다.

이런 개혁에 소극적인 듯 비치던 검찰이 증거 분리제출 등으로 적극 협조하겠다고 나선 것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피고인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죄를 추궁하던 기득권을 포기, 대등한 수단을 갖고 법정 공방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소임을 다하겠다는 자세는 재판 민주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증거 분리제출은 피고인을 법원에 기소할 때 범죄혐의를 적은 공소장만 내고, 다른 수사기록과 증거자료는 재판을 진행하면서 제출하는 제도다. 법관이 재판에 앞서 미리 기록을 읽고 선입견을 갖는 것을 막고 당사자의 법정진술을 토대로 사건을 심리하기 위한 것이다.

이 제도는 구두변론주의 등과 함께 공판중심주의의 근간이며 형소법에도 이미 규정돼 있다. 다만 법원과 검찰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보다 신속한 재판과 정의 실현을 앞세운 탓에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을 뿐이다.

법원과 검찰이 공판중심주의 원칙을 충실히 이행하는 데 따른 형사 재판의 두드러진 변화는 피고인이 검사의 질문에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는 대신, 길게 항변하는 주장을 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헌법적 원칙인 공정한 재판을 실현하고 사법 선진화를 이루는 데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법원과 검찰이 실무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도 힘을 쏟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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