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사 앞. 민노당 박인숙 최고위원 등 당원 10여 명이 기자회견을 갖고 “최연희 의원의 성 추행을 비호한 한나라당은 즉각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천막 당사 정신을 되새기자’고 쓰인 당사 벽 플래카드에 퇴장을 상징하는 빨간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였다. 이를 지켜본 한나라당 사무처 직원들은 “죄인들이 할 말이 있겠느냐”며 한숨만 쉬었다. 이런 장면은 이날 전국 16개 한나라당 시ㆍ도당사 앞에서 똑같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허태열 사무총장은 “곤혹스럽다는 말 밖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당으로선 의원직 사퇴를 거부한 최 의원을 달리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는 뜻이다. 이대로 놔두면 지방선거의 악재가 될 게 뻔하다는 사실이 지도부를 애타게 하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최 의원이 이미 법정 투쟁을 선언한 마당에 4월 임시국회에서 의원직 사퇴 촉구 결의안이 통과된다 한들 무슨 압력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일부 의원은 뒤늦게 최 의원의 사퇴를 공개 촉구하고 나섰다. “당 차원의 조치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는 위기 의식에서다. 김재원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최 의원의 버티기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했고, 심재철 의원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어차피 식물 국회의원이 될 것 아니냐”고 사퇴를 종용했다.
진수희 의원은 성 추행을 저지른 의원에 대해 제명 등 징계를 할 수 있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냈다. 지도부는 “최 의원이 제발 이런 분위기를 알아 주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켠에서는 몇몇 의원이 이번 성 추행 사건을 희화화하는 행태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진짜 반성을 했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영남출신의 K의원은 최근 한 여기자와 악수한 뒤 “이 정도로 주물렀다고 하진 않겠지”라며 히죽댔고, 수도권의 H 의원은 둘둘 말은 종이로 여성 사무처 직원을 치면서 “나는 안 만졌다”라고 비아냥댔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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