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간신히 반등의 기미를 보였던 반도체 종목들이 또 다시 악재를 만났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차세대 PC운영체제인 ‘윈도우 비스타’ 출시가 내년초로 연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22일 모두 3% 대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이들 대형 IT종목의 하락은 코스피지수의 동반 급락을 이끌었고,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서만 네 번째로 1,300선의 지지력을 시험 받게 됐다.
비스타는 올 하반기 반도체 업종 호황을 이끌 대형 호재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윈도우XP 이후 5년여 만의 후속 운영체제 출시로 이를 탑재한 컴퓨터 등 관련 상품의 수요 증가가 예상돼 D램 수요도 2~3배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업계에서 반도체 경기의 하반기 상승 전환을 점쳤던 이유 중 하나도 바로 비스타의 출시였다. 그런데, MS가 비스타 출시 시기를 기업용은 올해 11월, 개인용은 내년 1월로 연기하기로 밝히면서 차질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대우증권 정창원 반도체팀장은 “비스타 출시가 당초 예상보다 1분기 정도 지연되면서 D램 경기의 저점도 올해 3분기로 늦춰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팀장은 당초 D램과 플래시메모리의 경기 저점을 2분기로 전망하고 3분기 이후 강한 회복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그는 “D램 경기의 저점이 늦춰지면서 3분기 메모리 반도체 업종의 경기는 미약한 회복 수준에 그칠 전망이며 4분기에야 강한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팀장도 “비스타 출시가 지연되면서 IT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며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치는 시점이 지연될 경우 펀더멘털에도 적지않은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CJ투자증권 이민희 연구원도 “비스타 출시로 3분기부터 D램 수요가 급증하고 실적회복, 주가상승까지 이뤄질 것이라는 선순환 시나리오에 수정이 불가피한 만큼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스타 출시 연기가 미치는 영향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이사는 “비스타 출시 지연은 일부 D램 수요를 감소시키는데 그칠 것이며 주가에는 이미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기술주의 경우 더 이상 충격적인 악재가 없을 전망이라 하락의 막바지 국면으로 진입한 것으로 관측된다”라고 말했다.
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4,550억원에서 3,180억원으로 대폭하향 조정한 CLSA증권도 “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21%로 다른 대형 IT주에 비해 우수한 만큼 현재의 약세 시점에서 매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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