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21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교주(校主)로 돼 있는 대구 영남대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특강을 했다.
영남대는 한때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이사장을 맡았던 대학으로 정관에는‘교주 박정희 선생의 창학정신에 입각해 교육한다’고 명문화 돼 있다.
퇴임 후 처음인 김 전 대통령의 영남방문을 놓고 동서화합의 통상적 의미를 넘어 정적 관계였던 두 전직 대통령간 ‘상징적 화해’라는 각별한 의미까지 부여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김 전 대통령은 실제 이날 방문 목적을 묻는 질문에 “박 전 대통령의 최고 정적이었던 제가 영남대에 온 것은 영ㆍ호남 지역감정 해소라는 면에서 다소라도 도움이 됐으면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시종 남북관계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의 주제도 ‘남북의 화해ㆍ협력과 민족의 미래’였다. 김 전 대통령은 우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제가 방북하면 거기에 대한 (김 위원장의) 설명도 있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북 통일은 단순히 민족적 감상에서 필요한 것만은 아니다”며 “통일은 경제적 도약을 이룩해서 다 같이 행복하게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경협은 남쪽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400조원이 넘는 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돌고 있는데 남북경협이 본격화되면 이중 상당부분이 북한에 투자될 것이고 중소기업의 활로를 여는 데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미국의 검증을 받을 용의가 있다고 말하는 만큼 이제는 미국이 진전된 반대급부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초 영남대가 제의한 명예박사학위를 수용할 지를 놓고 망설이다 영남대와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알고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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