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가 베트남에서 한국인과 결혼한 그 곳 여성들에게 에이즈와 성병 등 질병감염을 이유로 혼인비자 발급을 불허했다. 국내외적 파장을 고려할 때 정부의 대응이 사려 깊지 못했음을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에이즈 확산 예방의지를 모를 바 아니지만 이미 일반화해 있는 국제결혼 현실을 도외시했고, 세계적 인권보호 추세에 역행한다는 외교적 평가를 자초했다. 그 동안 이와 관련된 질병관리의 허술함도 드러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 해 결혼부부 10쌍 가운데 1쌍이 국제결혼이며 그 중 40% 정도가 베트남 여인을 아내로 맞고 있다. 대부분 불가피하게 국제결혼을 하게 되는 이들은 무허가로 난립한 800여 개의 결혼정보업체를 통하거나 개인 혹은 동아리 차원에서 현지에 건너가 결혼한 뒤 귀국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 동안 대책과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가 지난해 6월 베트남과 필리핀 여성들에 한해 혼인비자를 신청할 때 건강진단서를 내도록 했으며, 이번에는 베트남 여성 532명 중 69명의 입국을 거부했다.
에이즈 등을 이유로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세계적인 인권보호 추세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엔 에이즈단체와 선진국 인권위원회는 우리나라를 ‘에이즈 감염자 차별국가’로 지목하고 있다. 독일 일본 등은 건강검사를 아예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은 에이즈 감염자라도 입국을 거부하지 않고 결혼 여부는 본인의 결정에 맡기고 있다. 이번 조치는 국내에 2만여 명이나 되는 기혼 베트남여성과 그들 가족의 아픔을 전혀 배려하지 못한 점도 있다.
급증하는 국제결혼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정부의 조치는 뚜렷한 대책 없이 입국만 막은 꼴이다. 국내 현실은 물론 해당 국가와의 국제적인 외교관계 등을 감안해 신중하고 세심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그들을 그냥 외국인으로 보느냐, 결혼을 통해 우리 국민이 된 사람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대책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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