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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代, 사경 헤매던 예비신부에 신장·췌장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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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代, 사경 헤매던 예비신부에 신장·췌장 기증

입력
2006.03.2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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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운이 안 따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20여년간 당뇨병으로 고생하다 최근 합병증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까지 갔던 박춘화(32)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가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첫번째 이유는 결혼을 약속한 예비신랑 백현국(46)씨가 장기 기증의사를 밝혔을 뿐 아니라 조직도 맞아 떨어져 백씨로부터 신장, 췌장을 동시에 받을 수 있었기 때문.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시도된 생체 신장ㆍ췌장 이식 수술이 아주 성공적이었다는 것이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일반외과 한덕종 교수는 지난 1월 12일 당뇨합병증 만성신부전으로 복막투석을 받던 박씨에게 백씨의 신장과 췌장 일부를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을 시행, 현재 결과가 성공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수술은 백씨의 신장 1개를 박씨에게 이식함으로써 신장의 기능을 되살리고, 또 백씨 췌장 절반 정도를 박씨 소장에 이식해 여기에서 인슐린이 분비되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당뇨가 완치되도록 하는 수술법이다.

뇌사자가 아닌 살아있는 사람으로부터 신장ㆍ췌장을 동시에 떼어내 이식하는 수술은 국내에서 처음 성공한 것이며 미국에서는 30건, 일본에서는 3건 정도의 성공 사례가 보고돼 있다. 한 교수는 이미 지난해 8월 국내에서 최초로 생체 췌장 이식 수술을 성공한 바 있다.

박씨는 10살 때부터 소아당뇨병을 앓아왔으며 수술 직전에는 당뇨수치가 680㎎/㎗까지 치솟아 정상인(70~120㎎/㎗)의 7배에 달했으나 수술 이후 110㎎/㎗로 정상치를 유지해 인슐린 주사를 끊고 있다.

백씨 역시 장기 기증 이후 몸무게가 12㎏ 정도 빠진 것 외에는 건강한 상태이다. 백씨는 “장기 2개를 한꺼번에 떼어내야 한다고 해서 사실 좀 걱정했는데 지금은 전혀 몸에 이상이 없다”며 “여자 친구 몸이 완전히 회복되는 6개월 뒤에는 결혼을 할 생각”이라며 활짝 웃었다.

한 교수는 “이번 수술 성공의 의미는 당뇨병 환자들이 더 이상 뇌사자의 기증만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며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기능이 망가진 1형 당뇨병 환자와 인슐린 기능 저하가 함께 생기는 1ㆍ2형 복합형 당뇨병 환자들도 생체 신장ㆍ췌장 동시 이식으로 치료의 길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신장, 췌장을 기증해도 건강을 유지하는데 무리가 없다”며 “가족이 아니어도 혈액형이 같고 조직 거부 반응이 없고 당뇨병 발병 위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기증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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