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를 그것(3ㆍ1절 골프파문)과 비교하고 싶지 않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18일 방미 도중 급거 귀국, 이른바 ‘황제테니스’ 의혹에 대해 해명하면서 한 말이다.
골프 파문 당사자인 이해찬 전 총리가 끝내 옷을 벗은 사건을 오버랩 시키는 것은 큰 꿈을 품고 있는 이 시장에겐 끔찍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시중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두 사건이 갈수록 닮은 꼴이 돼가고 있다는 쪽이다.
우선, 주말이면 이 시장을 위해 코트가 비워진 게 이 전 총리가 앞 뒤 팀 없이 황제 골프를 친 것과 유사하다.
또 이 전 총리가 자신의 그린 피와 식사비용을 다른 사람이 내는 것을 눈감았을 때 이 시장도 3년 가까이 코트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은 채 무심히 넘어갔다.
특권의식에 젖은 고위 공직자의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점에서 두 경우는 결코 다르지 않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 전 총리는 수 차례 “사려 깊지 못한 처신”이라며 고개를 숙였지만, 사실을 밝히는데 있어선 성실하지 않았다.
이기우 전 교육부 차관을 앞세워 찔끔찔끔 해명을 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 상당 부분이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린 피 대납, 내기골프, 이 전 총리에 대한 로비의혹이 있는 류원기 회장의 골프 참석여부, 이 전 총리와 류 회장의 관계 등이 그랬다.
거짓해명은 더 큰 의혹을 불렀고 신뢰는 땅에 떨어져 결국 이 전 총리는 낙마했다.
이 시장에게도 20일 “황제 테니스는 없었다”는 요지의 기자회견 후 로비설이 나도는 서울시테니스협회 선모 회장과의 관계, 코트를 함께 사용했다는 동호회의 실체 등에 대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지금부터 이 시장이 어떤 처신을 해야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지는 두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정치부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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