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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게이트' 블레어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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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게이트' 블레어 휘청

입력
2006.03.2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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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정치자금 대출 스캔들이 영국 정치권을 강타했다. 토니 블레어 총리의 노동당은 20일 지난해 5월 총선 때 당에 약 1,200만 파운드(약 204억원)를 비밀 대출해준 기업인 12명을 공개했다.

명단 공개는 들끓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병원장, 금융브로커, 부동산 개발업자, 패션계 인사, 레스토랑 주인, 바이오 기업인이 포함된 명단이 공개되자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야당이 블레어 정권의 부패 스캔들로 몰아가는 가운데 노동당도 자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총선에서 노동당은 선거비용 1,800만 파운드(305억원) 가운데 약 78%인 1,390만 파운드를 당이 빌린 돈으로 조달했다. 기업인과 정당의 대출 거래는 영국 정치에서 관행처럼 여겨졌다. 영국 정치자금법은 기부금만 공개토록 해 대출금을 공개하지 않아도 불법은 아니다.

이번 스캔들은 블레어 총리는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대가성 의혹 때문에 커지고 있다. 12명 중 4명이 수백만 파운드씩을 빌려주고 블레어 총리에 의해 상원의원에 추천됐다. 이 중 3명이 상원에 입성했고 1명은 이번 스캔들이 터져 나오는 바람에 좌절됐다. 100만 파운드를 대출해준 캐피타 그룹의 로드 알드리지는 10억 파운드 짜리 관급공사를 수주했다.

기업인들이 왜 기부가 아닌 대출을 해줬고, 노동당 인사들에게도 그 사실을 쉬쉬했는지도 의문이다. 노동당의 재정담당이나 내각의 부총리, 재무장관 조차 이를 알지 못했다. 노동당 이안 깁슨 의원은 “누가 이유없이 돈을 주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런 ‘거래’의 이유와 내용은 블레어 총리 외에는 알 수가 없어 스캔들은 결국 블레어 총리를 향하고 있다. 캐피타 그룹의 알드리지는 “총선 당시 노동당의 긴급 요청에 따라 1년 기한에 시중금리 조건으로 돈을 빌려줬다”고 밝혔다.

영국 언론들은 블레어 총리의 조기사퇴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친 블레어 성향의 일간 가디언은 “당 쇄신을 위해 총리가 퇴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캔들 이후 여론조사에서 블레어 총리 지지율은 1997년 집권 이후 최저인 36%까지 떨어졌다. BBC 방송은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으면 사퇴압력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레어 총리는 지난 15일 교육개혁법 표결에서 노동당 의원 353명 가운데 52명이 반대하고 25명이 기권해 이미 당내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상태다.

야당인 보수당과 자유당은 기업인의 정당 대출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다. ‘온정적 보수주의’로 지지율이 상승 중인 데이비드 카메론 보수당 당수는 “정당이 금융기관을 제외하고는 어디서도 정치자금을 빌리지 못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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