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은 음악 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유명한 팝그룹 아바, 지난해 연말 타계한 바그너 오페라의 명 소프라노 브리기트 닐손, 성악 팬들이 그리워하는 전설적인 테너 유시 비욜링, 그리고 또다른 명 테너 니콜라이 게다…. 이들이 모두 스웨덴 출신이다. 그 뒤를 잇는 오늘의 스타는 단연 메조소프라노 안네 조피 폰 오토다. 그의 첫 내한 공연이 4월 3일 오후 8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창백한 금발의 짧은 머리와 큰 키, 소년 같은 표정을 지닌 이 가수는 아름답고 깨끗한 목소리를 지녔다. 빙하와 침엽수로 덮인 북유럽의 차고 맑은 공기를 연상시키는 목소리다. 자연스런 발성과 자유로운 흐름으로 곡에 생기를 불어넣고 감정을 쏟아붓는 그의 재능은 감탄스럽다.
마침 비슷한 시기인 이달 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첫 한국 독창회를 갖는 이탈리아 메조 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가 라틴족 여성다운 관능과 밝은 열정, 기가 막히게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는 것과 달리 그는 성격도 노래도 스웨덴인 특유의 다소 과묵하고 지성적인 면모를 지녔다. 오페라를 하면서도, 예술가곡과 오라토리오, 오케스트라 협연 등 콘서트 무대에서 더욱 빛나는 가수다.
그의 레퍼토리는 바흐 이전의 몬테베르디부터 현대음악까지 4세기에 걸쳐 있으며 클래식에서 팝까지 아우른다. 놀라운 것은 그가 음악 장르마다 거기에 맞는 소리로 노래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무겁게, 때로는 맑고 풍부하게, 때로는 씁쓸하게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나고 자라 영국 런던의 길드홀 음악학교에서 공부한 그는 1982년 스위스 바젤에서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케루비노 역으로 데뷔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20여 년간 세계의 주요 오페라 극장과 콘서트홀, 여러 음악축제에서 활약해왔다. 그의 음반은 칸, 그라모폰, 디아파종, 에코 클라식 등 최고의 상들을 휩쓸었다.
성남에서 들려줄 노래는 독일과 프랑스 가곡, 그리고 오페라 아리아 한 곡이다. 레이날도 앙, 드뷔시의 ‘빌리티스의 3개의 노래’, 슈만의 ‘여인의 사랑과 생애’, 나치 시절 미국으로 망명한 코른콜트의 가곡, 그리고 어두운 호수처럼 깊은 아름다움을 지닌 브람스의 곡 ‘알토와 비올라, 피아노를 위한 2개의 노래’다.
오페라 아리아로는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 중 유명한 ‘툴레의 왕’을 부른다. 대중적인 선곡은 아니지만, 메조소프라노의 매력을 진지하게 감상하고 싶은 관개들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성찬이다.
이번 공연은 20년 넘게 호흡을 맞춰온 피아니스트 뱅크트 포르스베르크가 반주하며, 브람스 곡의 비올라는 닐스 에리크 슈파르크가 연주한다. (031)783-8021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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