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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人지분율 높을수록 배당 '두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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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人지분율 높을수록 배당 '두둑'

입력
2006.03.2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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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들일수록 고율의 배당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칼 아이칸 연합군이 최근 KT&G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통해 주가를 띄워 차액을 챙기려는 의도를 노골화한 가운데 나온 것으로 국내기업의 주식을 소유한 외국자본의 고배당 압력이 거세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전, SK㈜ 등은 최근 주총에서 영업이익이 전년도에 비해 크게 줄었는데도, 배당(액면가 기준)은 전년도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늘리기로 결의했다. 국내 기업들의 이 같은 고액배당 경향은 외환 위기 이후 외국계 자본의 국내기업에 대한 M&A등 기업사냥이 급증하면서 경영진이 주주중시 경영에 힘쓰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사례로 보인다. 하지만 적정수준을 넘어서는 고액 배당은 외국인 주주를 의식한 눈치보기성 배당에 치중한데 따른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적지않게 나오고 있다. 회사의 이익금이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재원 보다는 외국인 주주 등을 만족시키기 위한 배당액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

외국인 지분이 30.3%을 차지하는 한전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6.4% 증가(25조원)했지만, 영업이익은 15%(4,000여억원) 감소한 2조4,500억원이었다. 하지만 배당은 전년과 똑같은 23%(1,150원)를 실시하기로 했다. 한전 관계자는 “당기 순이익 감소로 배당부담이 증가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 배당을 통해 주가안정을 꾀한다는 회사의 주주중시 경영방침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SK㈜도 상황은 비슷하다. 외국인의 보유지분이 절반 이상(50.41%)인데다, 2003년 투기자본인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홍역을 치렀던 아픈 상처가 있어 외국인 주주를 의식한 고배당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SK㈜는 지난해 전년대비 4조원 가량 증가한 사상 최대(21조9,00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4,000여억원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배당은 2004년 액면가의 36%인 1,800억원으로 정한데 이어 이번에는 이보다 더 많은 액면가의 37%(1,850억원)로 책정했다.

SK㈜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영업이익 외에 빌딩매각과 투자수익 등으로 당기 순이익이 증가했다”며 “배당은 ‘이익 잉여금’(2004년도에서 넘어온 이월금+2005년 순이익)을 근거로 주주이익을 높이는 방향에서 합리적으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상황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30일 주총을 여는 에쓰오일도 고배당을 예고하고 있다. 외국자본(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35% 지분 보유)이 대주주인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2004년에 비해 각각 1,200억원과 2,900억원 가량 줄었지만 배당은 액면가(2,500원)의 약 190%(4,750원)에서 200%이상(5,125원)으로 늘렸다. 이에 대해 에쓰오일 관계자는 “대주주가 전형적인 산업자본으로 97년 고도화설비(중질유 재가공 설비)에 투자해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며 “고배당을 한다고 무조건 투기자본으로 매도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국내에 투자한 외국자본이나, 이를 의식한 기업들의 고배당이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 먹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해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지나친 고배당은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승일 국민대 교수(경제학부)는 “정부의 기업개혁정책이 주주자본주의를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 보니 기업들이 미래 성장보다는 경영권 방어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주주의 이익뿐 아니라 이해당사자, 나아가 국민경제의 이익이 고려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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