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압승으로 끝난 벨로루시 대선 결과를 놓고 미국과 러시아가 격돌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0일 “루카셴코가 재선된 것으로 발표된 이번 대선이 공포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며 “선거결과를 인정할 수 없으며 새로운 선거를 원한다”고 밝혔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벨로루시에 대해 여행 제한과 같은 조치가 검토될 수 있다”고 밝혀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럽연합(EU)도 벨로루시 대선이 공정하지 않았다며 제재조치 검토 입장을 밝혔다. EU 순번제 의장국인 오스트리아의 우르술라 플라스닉 외무장관은 “제재조치에 대한 토론을 시작했다”며 “EU는 이번 선거가 자유와 공정성 측면에서 국제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았다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선거감시단 평가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전문을 보내 “이번 선거 결과가 러시아와 벨로루시의 동맹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적극 환영했다.
벨로루시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는 옛 소련 동맹국처럼 천연가스를 저가로 공급하는 등 각종 특혜를 제공해 친러 정권인 루카셴코의 재집권을 도왔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벨로루시는 강한 우정으로 연결돼 있으며 두 나라가 힘을 합쳐 국가연합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도 이날 수도 민스크에서 ‘러시아_벨로루시간 연합국가에 1명의 대통령을 도입하는 방안’에 대한 질문에 대해 “러시아와의 통합된 국가에 대통령직을 도입할 수도 있다”는 답변으로 러시아에 화답했다.
야당 후보였던 알렉산드르 밀린켄비치를 지지하는 5,000여명의 시민들은 이날 민스크 중앙 광장에서 대선 무효 시위를 벌였으며, 일부는 광장에 텐트를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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