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어제 발표한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 실태와 규모는 사회적 공분을 낳기에 충분하다. 공평과세로 가는 길이 여전히 멀고 험난하다는 것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세금탈루 혐의가 구체적으로 포착된 422명을 지목해 집중 조사한 것이어서 자영업자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해도, 우리사회에서 매년 수억원씩 세금을 탈루하는 집단이 떵떵거리며 자산을 불려나가고 있다는 사실 앞에선 입을 다물기 힘든다.
2003~4년 두 해를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에서는 가구 당 1년에 6억3,000만원을 벌어 57%인 3억6,000만원의 소득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웨딩홀 골프연습장 대형 사우나 등 대규모 재산을 가진 기업형 자영업자의 소득탈루율은 74%(6억원)에 이르렀다.
의사 변호사 세무사 등 전문직과, 유흥업소 집단상가 등 기타 업종도 50% 안팎인 2억~4억원을 은폐해왔다고 한다. 월급으로 힘들게 살면서 유리지갑에서 세금을 100% 원천징수 당하는 봉급생활자들 입에서 절로 욕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모두 3,000여억원의 세금탈루가 밝혀져 1,000여억원을 추징당한 이들 422명의 총 재산이 10년 전의 2.8배인 1조 6,000억원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탈루소득으로 부동산 투기 등을 일삼아 재산을 천정부지로 불려왔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이번 적발이 음성거래 척결 등 과세정상화 기반을 착실히 쌓아온 데 따른 첫 성과물”이라는 정부의 말도 귀에 잘 와닿지 않는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은 조세정의는 물론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사회 전반의 형평성과 직결된 과제다. 국세청이 어제부터 기업형 319명을 2차로 집중 조사하는 등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 것은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다만 의욕이 지나쳐 가진 자 전체를 매도하거나 ‘본보기를 통한 학습효과’에 너무 기대면 메시지가 흐려지고 또 다른 내성을 키워 정책의 실효성을 잃게 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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