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울시장이 20일 고개를 숙였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시청 기자실을 찾은 이 시장은 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반성’ ‘공직자로서 소홀’ ‘죄송’ 등 단어들을 여러 차례 사용, ‘황제 테니스’ 의혹 불식에 전력을 쏟았다. 그러나 1시간 동안의 직접 해명도 의혹들을 말끔히 씻어내지는 못했다.
독점적 이용 정말 몰랐나
이 시장이 남산 실내테니스장에서 주말 테니스를 치기 시작한 것은 2003년 3월부터다. 선모 전 서울 시테니스협회장의 초청으로 그가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동호회의 주말 테니스 모임에 어울렸다는 것이다.
이 시장은 “그 내막을 알았더라면 매번 칠 때마다 사전에 알아본 뒤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결백’을 강조했다. 선 전 회장 등 초청자 쪽에서 주말 테니스장을 독점 예약해 놓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시장이 3년여 동안 동호회 사람들과 테니스를 즐기면서 이러한 전후 사정을 몰랐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아무리 초청이라고 하더라도 50여회를 치면서 한번도 테니스장 사용료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동호회를 위해 주말 테니스장 예약을 맡았던 선 전 회장이 지난해 2월 그만둔 뒤에도 이 시장과 동호회원의 주말 테니스가 계속된 것도 의문을 더욱 키우고 있다.
사용료 2,000만원을 동호회 총무 혼자 냈다는데
이 시장의 해명에서 2003년3월부터 2004년8월까지의 사용료 2,000만원을 동호회 안모(50ㆍ여) 총무가 냈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안씨는 “선수 출신 동호회원들이 주로 쳤는데 ‘공짜 테니스’를 즐긴 것으로 비쳐지기 싫어 최연장자인 내가 2,000만원을 냈다”며 “나이 어린 선수들에게는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돈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동호회 모임을 주선했던 선 전 회장이 낼 줄 알았는데 한국체육진흥회쪽에서 ‘돈을 내지 않으면 언론에 터뜨릴 것’이라고 말해 사용료를 냈다”고 덧붙였다. 사용료 문제가 불거지자 이를 분배하는 과정에서 시체육회가 동호회원의 이름을 빌어 체육진흥회가 요구하는 돈을 냈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이다.
하지만 전직 은행팀 여성선수 출신으로 현재 보험설계사인 안씨가 2,000만원이란 적지 않은 돈을 선뜻 사비로 냈다는 사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선 회장은 ‘이름은 정확히 모르지만 아는 사람?’
이 시장과 선 전 회장의 관계도 석연찮다. 이 회장은 18일 인천공항에 입국하면서 “선 전 회장은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둘의 관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이날 이 시장은 “선 전 회장을 알고 있었지만 이름을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며 “함께 팀이 돼 테니스를 친 적은 없고 테니스가 끝난 후 3~4회 식사를 같이 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함께 어울리긴 했지만 이름을 정확히 모를 정도로 ‘거리’가 있는 사람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시장측은 이전에 사용료 정산을 신경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초청자인 선 전 회장이 내는 줄 알았다”라고 밝혀왔다. 이 시장이 선 전 회장과 잘 모르는 사이라면 수백만원이 되는 돈을 선 전회장이 내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겠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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