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폴란드 바르샤바의 쇼팽 피아노 콩쿠르는 임동민, 동혁 형제가 한국인으로 처음 입상(공동3위)해 큰 화제가 됐다. 당시 최종 결선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한국인 연주자가 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동포 피아니스트 벤 킴(23).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당 타이손은 “이번 콩쿠르에서 내가 들은 가장 지성적인 연주였다”며 “정말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라고 격찬했다. 당 타이손의 지난해 11월 내한공연 이후 이 말이 널리 알려지면서 국내 음악계가 벤 킴이 누구냐고 묻기 시작했다.
그의 한국 데뷔 독주회가 21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에서 열린다. 한국과 일본 순회공연 일정이다. 쇼팽 콩쿠르에서 그를 눈여겨본 일본의 초청으로 도쿄와 나고야에서 네 차례 독주회를 갖고 지난 주 울산, 대전에서 독주회를 했다. 이달 초 나온 그의 첫 음반도 일본의 요청으로 만든 것이다. 이 음반을 들어보면, 자신을 과시하거나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연주에서 진솔한 인간미가 느껴진다.
맑고 순한 눈빛을 지닌 이 청년은 당 타이손의 칭찬 이야기를 꺼내자 “큰 영광”이라면서도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듯 몹시 쑥스러워 했다.
“큰 국제대회에 나가기는 쇼팽 콩쿠르가 처음이었는데, 아주 좋은 경험이 됐어요.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많이 듣고 제 자신을 견주어 보면서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아직 배울 게 많아요. 음악의 길은 끝이 없으니까요.”
5세 때 피아노를 시작한 그는 8세 때 첫 독주회를 하고 12세 때 첫 오케스트라 협연을 하는 등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연주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건 고교 시절이다.
어릴 때부터 죽어라고 연습하며 강박적으로 음악을 배운 게 아니어서인지 여유가 있어 보인다. 피바디 음대의 전문 연주자 과정(아티스트 디플로마)에서 거장 레온 플라이셔와 문용희 교수를 사사하고 있는 그는 최근 이탈리아의 코모 국제 피아노 아카데미가 선정한 국제 콩쿠르 우승자 등 7명의 젊은 피아니스트에 포함됐다. 아르헤리치 등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들에게 직접 배울 수 있는, 피아니스트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이번 독주회는 모차르트 ‘소나타 K.280’, 드뷔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쇼팽 ‘소나타 Op. 35’, 슈만 ‘소나타 1번’을 연주한다. “모차르트의 K.280은 피아니스트들도 잘 모르는 곡이에요.
쇼팽과 슈만의 두 곡은 치면 칠수록 빠져들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는, 제게는 아주 특별한 곡입니다. 특히 슈만 소나타 1번은 그가 지금의 제 나이에 쓴 곡이죠. 슈만이 클라라와 결혼하기 전인데,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의 절규’라고 했던 곡입니다.”(02)541-6234
글 오미환기자 mhoh@hk.co.kr사진 고영권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