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지 20일로 3년이 지났다. 지난 주말 뉴욕을 비롯해 미국 곳곳에서 반전 시위가 있었으나 지난해보다 규모가 작고 호응도 많지 않았다. 전쟁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떨어진 것과 언뜻 모순된다. 갤럽(Gallup)의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민의 50%는 전쟁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60%는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1년 안에 미군이 철수하기를 바라는 국민이 54%에 이른다. 그런데도 반전 시위에 반응이 시들한 것은 이라크 상황 변화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관심 자체가 멀어진 것으로 볼 만하다.
■그런대로 미국과 국제사회의 주류 언론은 부시 행정부의 전쟁 수행이 애초 내건 명분과 어긋나는 것을 제법 신랄하게 비판한다. 미국은 후세인 독재는 타도했지만 가장 큰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는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또 이라크 민주화와 재건 작업은 부진한 가운데 저항 공격과 종파 갈등은 악화, 민생이 도탄에 빠졌다.
막대한 희생과 비용을 치르고도 국제사회에 반미기류만 확산시킨 사실을 들어 미국의 대외개입 사상 최대 실책이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당초 의도와 달리 이라크의 수렁에 빠져 허덕인다고 보는 시각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싶다. 부시 행정부와 주류 언론이 끈질기게 떠든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는 애초 근거가 없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세례를 베풀겠다는 명분도 역사상 숱한 침략전쟁의 속성을 잊지 않은 시각에는 상투적 구호에 불과했다.
종교적 신념과 무장능력을 바탕으로 종파 간 대립을 지속하면서도 외세에 완강하게 맞서온 이라크 민중을 미국이 하나로 통합할 의도를 지녔는지도 의심스러웠다. 후세인이 강압으로 국가의 틀에 묶었던 여러 종파를 분할 통치하는 것이 점령세력에 유리하다는 것은 상식이었다.
■이런 시각은 이라크의 상황을 정확히 예견했다. 미국의 전략적 목표는 이라크 약화를 넘어 지역정세와 석유자원 장악이며, 무력점령을 계속하려면 국지적 소요가 지속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지적이었다.
미국이 정체도 불분명한 알 자르카위 등 외부세력의 개입을 부각시키면서 대규모 영구기지를 곳곳에 구축한 것은 처음부터 장기주둔을 계획한 것을 확인하게 한다. 더러 철군을 거론하는 것은 여론을 의식한 제스처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전쟁의 정당성을 우리사회는 올바로 평가하고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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