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다. 그러나 일본과의 준결승을 생각하면 너무 아쉽다. ”
미국 샌디에이고를 출발해 1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인천공항에 도착한 김인식(59) 감독은 피곤에 지친 모습이 역력했지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 진출이 좌절된 것에 못내 아쉬워했다. 그러나 주장 이종범(KIA) 이종범은 “TV에서 보던 메이저리거도 별거 아니더라”라며 자신감이 넘쳤다.
멕시코를 시작으로 미국, 일본을 차례대로 격파하고 WBC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한국 야구대표선수 22명이 20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자정이 가까운 늦은 밤이었지만 환영 나온 200여 야구팬은 ‘진정한 WBC 챔피언은 바로 당신입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며 연신 ‘대한민국 만세’ ‘사랑합니다’를 연호했다.
이종범과 함께 입국장에 들어선 김인식 감독은 “국민의 성원이 너무 커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면서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기 때문에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일본이 한국 야구를 더블A 수준으로 얕잡아 봤지만 짜임새 있는 한국 야구의 본 때를 보여줬다”고 강조한 김 감독은 “여섯번 이기고 한번 졌지만 준결승에서 일본에 진 것은 아쉽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WBC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지난 18일부터 시작한 시범경기에 대한 걱정을 잊지 않았다. 숨막히는 긴장감과 가슴 벅찬 환희를 만끽한 태극전사들도 푸른 유니폼 대신 소속팀의 유니폼을 입고 야구팬에게 첫 선을 보인다는 사실에 한껏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대표팀 투수코치 선동열 삼성 감독과 진갑용, 배영수, 오승환 등 삼성 선수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곧바로 대구로 이동했다. 21일 대구에서 벌어지는 삼성-기아의 시범경기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4강 신화의 한 축을 맡은 해외파들은 숨돌릴 틈도 없이 현지에서 소속팀의 스프링 캠프에 합류했다.
전세기의 중간 기착지인 도쿄 나리타 공항에 내린 이승엽(요미우리)은 마중나온 기요타케 히데토시 구단 대표로부터 하라 다쓰노리 감독이 '이번 활약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아시아의 슬러거에서 세계의 슬러거가 됐다는 메시지를 전해듣고 기뻐했다.
이종범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특급스타가 겁나지는 않았다. 다만 메이저리그 야구장과 라커룸 시설이 부러울 뿐이다”고 말했다. 변변한 전용구장 하나 없는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이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인천공항=이상준 기자 j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