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6승1패한 한국이 탈락하고 4승3패한 일본이 결승에 오른 것은 난센스 퀴즈에나 나올법한 일이다. 더욱이 같은 팀이 한 대회에서 세 번이나 맞붙는 대목은 비상식의 극치다.
이는 다 알다시피 미국이 우승하기 위해 꼼수를 쓴 결과다. 메이저리거들이 즐비한 남미팀을 피하려고 미국은 아시아 국가들과 한 조를 만들었고 같은 조 1, 2위끼리 다시 겨루게 하는 희한한 룰을 창조해냈다. 덕분에 일본이 어부지리를 챙겼고 미국은 달갑지않은 쿠바의 결승전을 안방에서 지켜보아야 할 처지가 됐다.
미국은 “원래 홈팀이 그런 것 아니냐”고 대수롭지 않게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계는 WBC를 통해 야구 이상의 의미, 즉 마음대로 하는 미국의 오만함을 발견하고 있다. 엉터리 룰과 편파판정에 오버랩 되는 미국의 일방주의는 불쾌할 뿐 아니라 불길하기까지 했다.
미국은 지금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다. 국제질서에 위협을 주는 국가는 전쟁으로 응징하기도 한다. 문제는 강자가 정당하지 않을 때이다.
마침 20일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 3주년이 되는 날이다. 조지 W 부시대통령은 이라크에 민주화를 가져왔다고 주장하지만, 이라크의 현재는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는 지옥일 뿐이다.
부시 정부는 이제 이란과 북한을 겨냥하고 있다. 이란과 북한이 제2의 이라크가 되서는 안 된다. 정당한 절차와 방법으로 세계의 지지를 얻어야 근본적인 해결도 얻어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본질이 WBC에서 드러난 후안무치의 오만함이라면, 그들의 일방주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당하지 않은 힘은 위협일 뿐이며 응징은 폭압일 뿐이기 때문이다.
권혁범 정치부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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