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간 순이익만 10억원을 훨씬 웃도는 서울의 모 사우나 업주 김모(55)씨. 최근 2년간 사우나에서 27억6,000만원을 벌었지만 세무서에 신고한 소득액은 1억2,000만원. 국세청은 김씨에게 탈루세금 13억7,000만원을 추징했다.
#2. 서울의 대형 예식장 업주 박모(62)씨는 아예 고객들에게 현금 결제를 요구했다. 2년 반 동안 53억원을 벌어들인 그는 33억원만 수입으로 신고하고 나머지 20억원은 부인 명의로 다른 예식장을 인수하는 데 썼다. 박씨는 이런 식으로 재산을 68억원이나 불렸다.
소문과 추정으로만 떠돌던 고소득자영업자들의 소득탈루 및 탈세 실태가 처음으로 밝혀졌다. 20일 국세청이 발표한 세금탈루 혐의 고소득자영업자 422명에 대한 집중 세무조사 결과는‘월급쟁이’들이 분통을 터뜨리기에 충분했다. 웨딩홀이나 대형사우나, 스포츠센터 등을 운영하는 기업형 자영업자들은 실제 소득의 26%만 신고했고,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전문직의 소득 탈루율도 42.8%에 달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동안 탈세혐의가 높은 자영업자의 납세실적과 소득, 재산 등을 정밀 조사했다. 분석 결과, 예식업, 스포츠센터, 대형사우나, 골프연습장, 부동산관련업, 종합병원 등을 운영하는 이른바 기업형 자영업자(97명)들은 연간 평균 8억1,000만원의 순이익 중 2억1,000만원만 신고했다.
이들의 평균 소득 탈루율은 56.9%로 1년에 6억3,000만원을 벌면서 2억7,000만원만 신고하고 나머지 3억6,000만원은 고스란히 주머니에 챙긴 셈이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대상자들에게 총 1,094억원(1인당 2억6,000만원)을 추징했다.
탈루소득이 부동산 등에 투입돼 편법 재산증식의 원천으로 활용되는 것도 문제다. 조사대상자 422명의 1995년 기준 재산(5,681억원)은 지난해 말 현재 1조5,897억원이 됐다.
1명당 재산이 지난 10년간 2.8배나 늘어난 셈이다. 국세청은 “이 수치는 부동산, 주식 형태의 재산만 반영한 것으로 금융자산까지 합치면 훨씬 클 것”이라며 “탈세가 부의 양극화를 부추기는 쪽으로 작용하는 흐름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20일 기업형 자영업자 등 319명을 대상으로 2차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1차 조사 때 빠졌거나 새로 탈세혐의가 떠오른 업종들로 고급음식점(84명), 대형숙박업(28명)과 대규모 고시전문학원 및 강사(17명) 등이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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