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최연희 의원이 20일 사죄의 뜻을 밝히면서도 “법에 따르겠다”며 의원직 사퇴를 거부한 것은 향후 법정에서 자신이 의원직을 내놓을 만큼 큰 죄를 지었는지를 실증해보겠다는 뜻이다.
이대로 파렴치범으로 몰려 공인의 삶을 끝내느니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러나 국회 주변의 시각은 냉정하다. 현재 여론의 흐름이나 여야 분위기로 볼 때 어떤 저항을 해도 본인이나 한나라당을 위해 도움 될 게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무성하다. .
마음고생이 심했던 듯 초췌한 얼굴로 국회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최 의원은 준비한 사과문을 읽어 내려갔다.
최 의원은 “국민과 지역주민, 당사자인 여기자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며 “아픔과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수 없이 죽음의 문턱을 다녀왔지만, 자식과 가족들 때문에 죽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자신에 대한 사퇴촉구 결의안이 친정인 한나라당 주도로 발의된 데 대한 서운함도 내비쳤다. 그는 “모든 열정과 애정을 다 바쳐 일해왔던 한나라당을 스스로 떠났다”며 “(그런데도 동료에 의해 결의안이 발의돼) 왜 정치를 시작했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 깊은 후회와 회한이 든다”고 했다.
최 의원은 이어 “60평생 쏟아온 공든 탑이 무너질 지경이며, 어느새 아주 몹쓸 인간이 됐다”며 “더 이상 흘릴 눈물도 없거니와 여태껏 그런 (파렴치 한)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살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10여분간 회견문 낭독을 마친 뒤 최 의원은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고 곧바로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여성위 소속 당직자들이 ‘최연희 사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성 추행범 최연희는 사퇴하라”고 외쳤으나, 최 의원은 주변 보도진에 “할 말이 없다”며 국회를 떠났다.
최 의원은 이날 내내 머물던 강원지역에서 국회로 왔고, 다시 돌아가 법정에 출두할 때까지 은신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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