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대학가요제에 국내 최초로 여자대학 대표로 출전, 대상을 거머쥐면서 ‘남자 이대생'으로 화제를 모았던 허병욱(28ㆍ사진)씨가 이동통신업체 SK텔레콤의 신입사원이 됐다.
이화여대 교환학생 신분이었던 허씨는 2000년 MBC 대학가요제에 이 대학 후보로 참가, 퓨전록 ‘푸념’을 맑고 여린 음색으로 소화해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1994년 서울 대원외고 1학년 때 유학을 떠나 미국 브라운대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공부하다 2000년 초 이대에서 열린 아카펠라 공연을 계기로 이대와 연을 맺었다. 우연히 대학가요제 공고를 보고 1983년 이 대회 동상 수상자였던 외삼촌과 서클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부랴부랴 준비해 출전, 덜컥 대상을 차지해버린 것이다.
영화이론을 전공한 허씨는 한때 영화 제작의 길을 꿈꾸기도 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브라운대 복학을 마다하고 2003년 부모님 몰래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응시해 합격, 예비 신입생으로 5편의 단편영화 제작에 참여한 적도 있다. 결국 부모님의 설득에 못 이겨 이듬해 복학했지만 영화 제작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뉴욕의 한 음악케이블 미니시리즈 제작부 비서로 3개월 간 인턴 경험도 했다.
그런 그가 올 초 100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SK텔레콤에 입사한 이유는 “대학 시절 탈(脫)구조주의 철학을 배우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통신은 그에게 더 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대상이었다.
허씨는 2개월간의 연수와 직무교육을 거쳐 최근 본사 전략기획부문 사업전략실로 첫 발령을 받았다. 그는 “평소 관심을 갖고 지켜봐온 분야인데다, 입사전형 과정에서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회사측의 배려에 마음이 끌렸다”며 “기회가 되면 콘텐츠와 통신융합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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